“액면병합해도 소용없다”…동전주 ‘퇴출 칼날’

주식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4:36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폐지 제도를 전면 손질하면서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기준을 새로 도입하자 저가주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상장 유지에 제동이 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간 상장폐지 회피 수단으로 활용돼 온 액면병합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퇴출 압박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동전주는 변동성이 높고 시가총액이 낮은 특성상 투기적 거래나 주가조작에 취약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우회 차단’이다. 기존에는 저가 상태가 장기화된 기업들이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며 상장폐지 요건을 피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여러 개의 주식을 한 개로 합쳐 액면가를 높이면 주당 가격이 기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 저가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상장유지 요건 강화를 앞두고 액면병합을 통한 주가 방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오가닉티코스메틱(900300)은 10대 1 주식병합을 통해 주당가액을 기존 1339원에서 1만3391원으로 높이기로 했으며, 병합 신주는 오는 4월 28일 상장될 예정이다. 헝셩그룹(900270) 역시 10대 1 비율의 주식병합을 결정해 주당가액을 523원에서 5236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신주상장일은 3월20일이다.

지난해 액면병합을 한 기업 총 12곳 중 11개사가 코스닥 상장사였다. 지난 5년간 액면병합을 단행한 기업 총 67곳 중에서는 58곳이 코스닥 상장사로, 전체 액면병합 기업 중 88% 비중을 차지했다.

당국은 이 같은 회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병합 이후 주가가 액면가에 미달할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키로 했다. 예컨대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 기업이 액면가를 2000원으로 병합해 주가를 1200원 수준으로 높이더라도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적용 기준 역시 시가총액 요건과 동일하게 강화된다.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최종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개편안에서 상장폐지 대상 확대 폭을 키운 결정적 요인은 동전주 요건 신설로 분석된다. 거래소 시뮬레이션 결과 해당 기준 도입만으로도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최소 18개사에서 많게는 135개사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특히 액면병합 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주가 부양 기대감에 병합 발표 직후 단기 급등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실적 개선 없이 구조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기업가치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해 7월 25대 1의 대규모 주식병합을 결정한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의 경우, 공시 당일 직후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으나, 신주 발행일인 같은 해 9월25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2% 내리며 마감했다. 올해 1~2월 900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1006원으로 1000원선을 겨우 턱걸이한 상황이다.

작년 9월 5대 1 주식병합을 결정해 액면가가 500원에서 1000원으로 반영된 KBI동양철관(008970) 역시 공시 당일에는 주가가 10%대 상승, 신주발행일인 9월12일(종가 2987원)에도 13%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날 종가는 1817원으로 다시 반토막 났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액면병합 ‘꼼수’로 상장 유지가 가능했던 시간 벌기 전략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저가 부실기업의 상폐 부담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개편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상장폐지 시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개편안 방향성에 대해서는 절대 공감하지만 현재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며 “시세조종이 극에 달하는 정리매매 기간이 짧다보니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데,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투자자 보호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K-OCT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개편안 외에도 근본적인 코스닥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코스닥 분리독립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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