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전력망 사업을 민간투자(민자) 방식으로 진행키로 하면서 이를 도맡아 온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단기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민 수용성 확보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3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앞으로 전력망 공사를 직접 발주하는 대신 민자 형태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지난 11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전력망 개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개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송전선로나 변전소 같은 전력망 건설·운영은 지금껏 공기업인 한전이 건설, 운영을 도맡아 왔다. 실질적인 공사는 민간에 발주하더라도 한전이 자금 조달부터 지자체별 인허가 취득과 주민 보상, 시공에 이르는 사업 추진의 전 과정을 직접 맡아야 했다. 그러나 특별법 개정 이후부터는 도로나 철도처럼 각각의 사업을 민자사업 형태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의 단기 재무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사업비를 한전채를 발행하는 대신 민간 사업자(SPC)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부담해야 할 총비용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206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전으로선 지출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무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들 민자 사업에는 국민성장펀드가 재원 투입도 검토된다. 금융당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첨단 전략산업과 연계된 주요 인프라 사업에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중점 투입기로 한 만큼, 이 재원은 앞으로 전력망 민자사업의 안정적인 장기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전은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상황”이라며 “전력망 투자에 민간 자본을 일정 부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연 중인 주요 전력망 확충에 속도가 붙으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주민 보상 등 문제를 규정대로 처리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민간 SPC가 맡아 사업을 추진한다면 속도를 우선시 한 최적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여지가 커진다.
유 교수는 “한전은 공기업 특성상 주민 민원 해결 역량이 제한적이었다”며 “주민 수용성 문제로 장기간 지연 중인 사업을 민자사업으로 돌린다면 민간의 창의력과 자본을 활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제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칫 전력망 민자사업화가 민간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장기적으론 한전의 수익성을 더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한전과 사업자 간 계약을 잘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우면산터널과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공공이 추진해도 됐을 구간을 민간에 맡겼다가 여기에 참여한 건설사는 큰 이익을 남긴 반면 통행료가 크게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전력망 분야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일부 도로 민자사업처럼 공공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을 민간에 맡긴다면 결국 비용(전기요금)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