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코스피가 ‘5000피’를 달성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000피’ 시대를 열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상승을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끈 이익 장세로 평가하며 코스피 상단을 7000선 이상으로 제시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1%(114.22포인트) 오른 6083.8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5000선을 넘어선 지 18거래일 만의 신기록이다. 장중 기준으로도 지난 1월 22일(5019.54) 이후 한 달 남짓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의 가장 큰 동력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6000선 돌파는 단순한 유동성 장세라기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한국 증시의 이익 사이클이 재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4000포인트 당시와 비교하면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배수)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강력한 이익 성장세에 기반한 주가 상승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실적이 가파르게 올라오는 것이 핵심이며 반도체가 먼저 상승하고 이후 순환매가 뒤따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PER 10배 초반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중심의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속되는 한 증시 방향성은 상방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상승은 과거 급등장과 달리 실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정부의 친시장적 정책 기조와 이에 따른 개인 자금 유입도 상승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박희찬 센터장은 “개인 자금의 머니무브가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며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 흐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 자금 유입 가능성도 점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등 장기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변동성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며 전망치 상단을 7000선 위로 잡고있다.
하나증권은 장기적인 코스피 상단을 7900선 수준까지 제시하며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업종 이익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330조원에서 현재 45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는 같은 기간 137조원에서 259조원으로 늘어나며 전체 이익 추정치 상향분의 96%를 차지했다.
2027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367조원에서 521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전망치는 145조원에서 288조원으로 늘어나며 상향분의 9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2026~2027년 코스피 내 반도체 순이익 비중은 55~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도 반도체 이익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 코스피 상단을 높였다. 윤창용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이익이 추가로 20~40% 증가할 경우 연내 지수 상단은 7300~7860포인트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반도체 이익 전망치 추가 상향과 고객예탁금 증가 등을 고려해 코스피 상단을 7500선까지 제시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에 대한 높은 신뢰, 기업 거버넌스 질적 개선, 미국 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채권시장 안정)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코스피가 하반기에 7300선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키움증권은 5200~7300포인트, 한국투자증권은 4900~7250포인트, KB증권은 5000~7000포인트 등을 제시했다.
주도 업종으로는 반도체가 당분간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박희찬 센터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본지출 기조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업황 강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며 “메모리 수요는 강한 반면 공급 확대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외 유망 업종으로는 원전과 전력 인프라, 증권업 등이 꼽혔다. 조수홍 센터장은 “전력이 AI 인프라 병목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전력 인프라(전력기기·원전·ESS 등)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AI 투자 꺾이면 조정 가능성”
한편에서는 AI 투자 사이클 둔화나 유동성 환경 변화가 나타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희찬 센터장은 “실적 개선이 동반된 상승은 문제되지 않겠지만 자금 이동 효과 등으로 실적 없이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버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AI 투자 모멘텀이 꺾이면 그 수혜를 크게 보고 있는 한국 증시도 큰 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수홍 센터장은 반도체 수요 둔화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공급 확대나 가격 부담에 따른 수요 둔화 등이 발생할 경우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를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 물가 안정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장기 상승 구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거버넌스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희찬 센터장은 “실적은 결국 변동성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국내 증시도 변동성을 겪게 될 것”이라며 “다만, 선진적 거버넌스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이 겸비되면 과거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