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표대결 벌인 행동주의 펀드 '절반의 성공’ …향후 과제는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7:2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총에 앞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진일보한 성과가 나타난 반면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 문턱을 넘기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다만 상법 개정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이번 주총을 통해 소수주주들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주주 행동주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참여한 주요 주총 결과. (그래픽=김정훈 기자)
◇표 대결 실패에도…“주주 의지 확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주주로 참여한 주요 상장사 주총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DB손해보험(005830), 같은 달 26일 가비아(079940) 주총에서는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며 2연승을 거뒀다. 반면 전날(3월 31일) 열린 코웨이(021240), 에이플러스에셋(244920) 주총에서는 주주제안 안결이 부결되며 판정패했다.

전날 덴티움(145720) 주총은 이사회 측 정관변경 안건과 얼라인 측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다만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은 찬성률 61.0%로 가결시켰다. 국내 상장사 주총에서 위임장 대결을 통해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을 통과시킨 건 이번이 처음으로 주주들의 유의미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 주식 수의 약 7.5%에 해당하는 600여 명의 개인 주주들이 위임을 통해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지지를 보냈다.

얼라인 측은 “덴티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 가결은 덴티움의 경영진 보상이 투명하지 않고 성과 및 주주가치와 충분히 연동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명확히 확인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전날 태광산업(003240) 주총에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 역시 부결됐다. 트러스톤이 추천한 윤상녕 변호사는 찬성률 49.8%로 대주주 측과 단 0.3%포인트(약 900표) 차이로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주총 참여율도 93.1%로 국내 상장사 주총에서 유례 없는 수준을 기록했다. 트러스톤 임직원들이 전국 각지의 소수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며 일궈낸 결과이자 주주들이 더 이상 기업의 거버넌스 후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국 자본주의 변화 중…압박 강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도 LG화학(051910)과 표 대결에서 패했으나 소수주주 표심을 근거로 다시 압박에 나섰다. 팰리서캐피탈이 전날 주총에서 제시한 권고적 주주제안과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개정은 각각 30.3%, 22.7%의 찬성률에 그쳐 부결됐다. 다만 두 안건에 대한 소수주주의 찬성률은 각각 56%, 42%이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할 경우 71%, 53%로 더 높았다는 설명이다.

팰리서캐피탈은 “소수주주들이 과반 찬성으로 LG화학을 향해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와 자본 관리 체계를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도 향후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압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분위기도 행동주의 펀드에 우호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주주들의 권리가 강화됐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법적 장치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돼서다.

기업들의 태도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솔루엠(248070)은 주총을 앞두고 얼라인과 거버넌스 선진화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KCC(002380) 역시 트러스톤이 요구한 비핵심자산 유동화, 자사주 소각 등을 수용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이성원 트러스톤 대표는 “소수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강력하게 결집하고 있다”며 “한국 자본시장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성적 저평가 해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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