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가도 손해 없다"…메리츠 '이오타 서울'에 다시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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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02일, 오후 05:01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초대형 복합개발사업 ‘이오타 서울’ 브릿지론의 신규 선순위 대주로 참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메리츠가 해당 사업의 브릿지론 인수 여부를 검토했다가 거절했는데, 이번에 입장을 바꾼 것은 금융 조건이 크게 좋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메리츠가 선순위 대주로 참여하면 사업이 정상화되든, 경·공매로 넘어가든 자금 회수(엑시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 공고일까지 8일 남은 만큼 이지스자산운용이 잔여 500억원 확보에 성공해서 사업이 정상화될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두자릿수 금리 관측…롯데건설 '전례'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오타 서울' 개발사업 관련 브릿지론에 총 36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나눠 들어올 예정으로, 전날 메리츠증권 투자심의위원회(투심)를 통과했다.

‘이오타 서울’ 조감도 (자료=이지스자산운용)
이오타 서울 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526, 530, 531, 537 일원에 있는 메트로타워·서울로타워 부지와 인근 밀레니엄 힐튼 서울(힐튼호텔)을 연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오타 서울 개발이 끝나면 약 2만7537㎡(8330평) 부지에 지상 39층, 연면적 약 46만㎡(13만9000평) 규모의 3개 빌딩이 들어선다. 단지는 고급 오피스, 국내 최초 6성급 호텔,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다만 이 사업은 브릿지론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기존 대출 만기가 작년 6월 16일에서 10월 17일, 올해 1월 17일로 연장됐으나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내부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메리츠 측은 조건 변경 시 재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메리츠금융그룹은 3600억원 '통 큰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전과 다른 기조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이처럼 스탠스가 바뀐 배경으로 '손익 구조의 유리함'을 꼽는다.

메리츠는 선순위 대주인 만큼 사업이 정상화되든, 최악의 경우 경·공매로 넘어가든 자금 회수(엑시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매가 진행될 경우 자산 인수 희망자들이 기존 대주단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엑시트 경로가 확보된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는 브릿지론에 들어간 후 엑시트할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이오타 서울 사업장이 경·공매에 넘어갈 경우 입찰하려는 사람들이 메리츠에 찾아갔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메리츠는 엑시트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바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 공고 8일 남아…사업 존폐 '기로'

또한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도 메리츠에 투자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메리츠증권이 '두자릿수' 금리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지원했는데, 이와 유사한 구조가 적용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 2023년 초 메리츠증권 주도로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형 펀드를 조성해서 부동산 PF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이자율은 두자릿수(연 12%대) 수준으로, 롯데건설은 이를 통해 단기 자금 경색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보했다.

이번 자금 투입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은 선순위 자금 중 약 500억원만 추가로 확보하면 되는 상황이다. EOD가 발생한 브릿지론 7100억원 중 만기 연장에 반대한 선순위 자금은 4800억원이다. 중·후순위 대주는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즉 선순위 대주가 잘 교체되면 중·후순위 대주는 공매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브릿지론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대명소노그룹이 후순위 대주로 약 700억원 투자를 결정했고, 메리츠가 선순위로 3600억원 참여하기로 한 데 따라 나머지 500억원 정도만 모집하면 된다.

이번 사례는 부동산 PF 시장 위축 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유리한 딜에는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시간은 촉박하다. 기존 선순위 대주인 KB국민은행과 대주단은 오는 10일 신탁사를 통해 해당 사업장의 공매 공고를 진행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공매는 캠코(자산관리공사) 온비드 공고 후 최소 7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첫 입찰은 이달 중·하순경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 정상화를 하려면 공매 이전에 선순위 대주 교체와 함께 EOD를 해소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가 참여하면서 사업 생존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남은 자금 모집과 일정 관리가 관건”이라며 “공매 여부가 최종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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