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확장 나선 HD현대그룹…성장·밸류 재평가 동시에”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9:0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HD현대(267250)그룹의 공격적인 해외 조선 거점 확대가 장기 성장 전략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 조선업이 안고 있는 인력·비용 부담과 중국의 추격 우려를 동시에 넘을 해법으로 해외 진출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HD현대그룹이 경쟁사는 물론 국내 조선업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한 재무구조와 현지 파트너를 활용한 초기 투자비용 최소화, 지역별 맞춤 전략, 베트남 야드 운영 경험 등을 감안할 때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표=삼성증권)
HD현대그룹은 현재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넓히고 있다. 베트남에선 기존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현재 15척에서 2030년 23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HD현대에코비나를 통해 독립형 탱크와 크레인 제작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필리핀에선 과거 한진중공업이 운영했던 수빅야드 일부를 임차해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15K급 유조선과 VLCC를 중심으로 연간 10척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중동과 인도, 미주, 남미, 아프리카로의 확장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IMI 조선소와 MAKEEN 엔진 공장을 현지 파트너와 합자 형태로 설립했고, 인도에선 국영 코친조선소와 협업하는 한편 신규 조선소 설립도 검토 중이다. 미국에선 헌팅턴잉걸스,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 안두릴, 팔란티어 등과 협력해 상선과 방산, 무인함정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페루와는 함정 공동 설계·생산을, 모로코에서는 현지 조선소 운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이번 해외 진출 전략이 과거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사업 실패 사례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차이는 재무여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연결 기준 순현금은 약 7조 1000억원에 달한다. 과거 STX그룹이나 한진중공업이 외부 차입과 선수금에 크게 의존했던 것과 달리, HD현대는 본사 재무구조 훼손 없이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춘 점도 차별점으로 꼽혔다. 필리핀은 기존 야드를 임차해 활용하고, 베트남은 기존 운영 조선소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페루 등도 현지 기업·국영 조선소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전개해 대규모 신규 투자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구조다. 한 연구원은 이 같은 전략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사업 안착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지역별로 다른 목적을 두고 전략을 짠 점도 눈에 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생산 거점 성격이 강하다. 반면 인도와 페루, 미국 등은 현지 내수 수요와 정책 지원을 겨냥한 투자다. 한 연구원은 이런 구조가 상선 업황이 둔화하더라도 그룹 전체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HD현대가 이미 베트남 조선소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은 성공 가능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제시됐다. HD현대베트남은 설립 후 30년, 신조시장 진입 후 18년의 업력을 보유한 해외 야드다.

한 연구원은 필리핀 야드 역시 베트남과 유사하게 특정 선종에 집중해 건조 경험과 생산성을 쌓은 뒤 점진적으로 선종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과거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지나치게 다양한 선종을 건조하며 생산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은 HD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 할인 요인으로 자주 거론돼 온 중국의 추격, 인구구조 변화, 업황 피크아웃 우려를 해외 거점 확대가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필리핀과 베트남 야드를 활용하면 저부가 선종에서도 중국과 경쟁할 수 있고, 인도·미국·페루 등지의 내수 및 방산 수요는 업황 둔화 국면에서도 추가 매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수혜가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HD현대중공업(329180) 모두에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외 야드들을 연결 실적에 편입할 수 있고,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지원과 기자재 공급, 지분법 이익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핵심 기자재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만큼 해외 조선소 확장은 새로운 캡티브 마켓 형성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실적 전망도 견조하다. 한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 7870억원, 807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4%, 86.1% 증가한 수준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매출액은 7조 9810억원, 영업이익은 1조 1410억원으로 각각 17.9%, 32.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HD그룹의 해외 진출 전략이 장기적으로 조선업 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의 밸류에이션은 경쟁사 대비 할인된 상태지만,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성장 여력을 고려하면 이 할인은 과도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에 대해 각각 목표주가 62만원, 89만원을 제시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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