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는 한계”…한투가 ‘보험사 쇼핑’ 나선 3가지 이유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11일, 오전 09:30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국금융지주(071050)가 보험업 진출을 위해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그간 수차례 보험사 인수를 타진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뺐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KDB생명부터 예별손해보험(구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까지 매물이 쌓여 있는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한투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실사 후 철회’ 반복했던 과거… 올해는 왜 다른가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은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이 떨어진 KDB생명을 비롯해 예별손보, 롯데손보 등이다. KDB생명의 경우 지난 7일 금융위원회 매각심의위원회가 일곱 번째 매각 절차를 공식 재개했고, 예별손보 역시 오는 16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롯데손보 역시 최근 매각 주관사를 삼정KPMG로 전격 교체하며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원매자로 국내 금융지주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는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사실 한투의 보험업 진출은 오랜 숙원이자 풀지 못한 숙제였다. 한투는 지난 2022년 KDB생명을 시작으로 2023년 ABL생명, 2025년 롯데손보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한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다수 매물에 대해서 실사까지 진행하며 인수가 임박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무산이었다. IFRS17(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과 매각 측과의 몸값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지는 한투 특유의 실용주의가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는 기류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증권과 자산운용에 치우친 현재의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①메리츠 성공 신화가 던진 자극제



한투가 보험사 인수에 속도를 내는 첫 번째 이유는 경쟁사인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약진에 있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라는 강력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증권과 캐피탈이 시너지를 내며 압도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고 있다. 비은행 지주사 중 보험업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일궈낸 ‘메리츠식 모델’은 한투에 큰 자극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증권업은 시장 환경에 따라 수익 변동 폭이 크지만, 보험업은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특히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는 한투가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보험사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며 발생하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리츠가 증명한 보험과 증권의 결합 모델이 한투가 가야 할 이정표가 된 셈이다.



◇②김남구 회장의 선언과 인적 쇄신



의사결정권자인 김남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도 차별점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마련된 기업설명회(IR)에서 한투 관계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 가급적 인수할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언급한 후 1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딜 클로징을 목표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에서 벗어나 시한을 못 박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재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한투는 최근 메리츠화재 출신인 양정용 자산운용실장을 지주의 신사업추진실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보험업의 생리를 정확히 알고, 딜의 실익을 따질 줄 아는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인수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사람부터 뽑았다는 것은 곧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③‘매수자 우위’ 시장…골라 잡는 재미



마지막 이유는 한투에 유리하게 형성된 시장 환경이다. 현재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KDB생명이 다시 매각 절차에 돌입했고, 예별손보는 예금보험공사의 지원 사격 속에 원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JKL파트너스가 대주주인 롯데손보 역시 몸값을 낮춰서라도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처지다.

과거에는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면, 지금은 한투 같은 자금력 있는 원매자가 조건을 골라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한투는 특정 매물 하나에 매몰되지 않고 2개 이상의 매물을 동시에 검토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 확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계약 이전(P&A) 방식이나 당국의 지원책이 담긴 딜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투가 보험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국내 금융지주사 간 순위 다툼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보험 시장에 한투가 가세할 경우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