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못찾은 스팩 줄청산…신규 스팩 상장도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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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후 06:51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한때 기업공개(IPO) 시장의 ‘우회 상장 통로’로 주목받았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줄줄이 청산에 나서고 있다.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스팩들이 잇따라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신규 스팩 상장 역시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현재까지 스팩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아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된 스팩은 총 10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6곳) 대비 66.7% 증가한 수치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제12호스팩(458610), 유안타제11호스팩(444920), 한화플러스제4호스팩(455310), 대신밸런스제16호스팩(457630) 등 4개 스팩이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스팩은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존립기한의 만기 6개월 전까지 합병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그로부터 1개월 이내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한때 스팩은 낮은 규제 부담과 빠른 상장 경로라는 장점으로 대안적 상장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시장 환경 변화로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강세장에서는 기업들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는 직상장을 선호하면서 스팩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심사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직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신규 스팩 상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시장에 상장한 스팩의 수는 25건으로 직전년도와 비교해 37.5% 감소했다. 스팩 상장 건수는 2022년 고점(45건) 이후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5년(2021년~2025년) 연평균 34.4건 대비로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스팩 공모금액(2704억원) 역시 전년 대비 32.2% 감소했다.

합병 성과 역시 둔화된 흐름이다.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의 건수는 총 15건으로 전년 대비 2건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된 건수는 24건으로 전년 대비 16건(200%)늘었다. 스팩 합병 성공률은 38.5%로 전년(68.0%)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전체 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9.3%에서 5.7%로 낮아졌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스팩 시장의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스팩과 일반 IPO 간 규제 차이를 줄이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스팩 시장이 구조적인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규 상장 건수만으로 시장 흐름을 판단하기보다, 합병상장과의 연계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4월 말 기준 스팩 신규 상장은 1월과 3월 각각 1건, 4월 2건으로 총 4건에 그치지만 이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크다”며 “연초 스팩 상장이 주춤한 것은 기존 상장 스팩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스팩은 합병상장을 위한 ‘그릇’ 역할을 하는 만큼 신규 상장 추이는 합병상장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며 “올해 들어 이미 8개 기업이 스팩 합병상장 심사를 청구한 점을 고려하면 과거 연간 15~18개 수준과 비교해도 준수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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