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소식은 전광판의 숫자를 붉고 푸르게 물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시장의 거친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거나 반대로 무모하게 흐름을 거스르려다 큰 손실을 입곤 한다. 만약 케인스가 지금의 어지럽게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을 마주했다면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케인스 투자 철학의 핵심은 그가 제시한 ‘주식 시장의 미인 대회’ 비유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주식 투자를 “100장의 사진 중 가장 예쁜 얼굴 6개를 골라내는 신문사 경품 대회”와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핵심은 본인의 눈에 예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가장 예쁘다고 투표할 것 같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시장이 흔들릴 때 많은 투자자는 “이 주식은 저평가됐으니 곧 오를 것”이라는 개인적 신념에 매몰된다. 그러나 케인스는 투자는 나의 신념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대중의 심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냉정하게 관찰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를 가늠하고 그 공포가 언제쯤 무뎌져 자금이 다시 위험 자산으로 회귀할지를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케인스는 인간이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 수학적 계산보다 ‘야성적 충동’에 의해 움직인다고 봤다. 주가 폭락 시의 서늘한 공포와 반등 시의 조바심은 모두 인간의 본능이다. 케인스 자신도 초기에는 거시 경제 지표에만 의존하다 대공황 시기에 큰 손실을 봤다. 이후 그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를 투자 전략에 포함하면서 비로소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바로 이 ‘야성적 충동’을 인지하는 것이다. 시장에 투매가 일어날 때 그것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 훼손 때문인지 아니면 집단적 공포에 의한 일시적인 변동성인지 구분해야 한다. 케인스는 시장이 지나치게 비이성적일 때는 잠시 물러나 강물을 지켜봤고 대중이 극도의 비관에 빠져 흐름이 바뀌기 직전 과감하게 그 물길에 올라탔다.
우리가 투자에서 케인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유연함이 곧 수익이다. 케인스는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깨달았을 때 주저 없이 전략을 수정했다. “사실이 바뀌면 내 생각도 바뀐다”라는 그의 말처럼 고집스러운 낙관이나 비관은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이다.
둘째, 소음을 신호로 바꾸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결이 잠시 거세게 친다고 해서 강 전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뉴스(소음)와 장기적인 추세(신호)를 구분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셋째, 집단 광기 속에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모두가 벼랑 끝을 향해 달릴 때 홀로 멈춰 서서 강물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케인스가 말한 투자 비결의 실체다.
전쟁과 경제 위기는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다. 템스강의 물결은 수백 년 전에도, 케인스의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쉼 없이 흐른다. 주식 시장의 파도는 때로 모든 것을 삼킬 듯 무섭게 들이치지만 결국 바다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지금 마음 속에서 한강의 물결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면 잠시 모니터를 끄고 케인스처럼 마음의 강변으로 나가 보길 권한다. 공포라는 물결이 어디로 흐르는지, 그 물결 아래 숨겨진 진정한 기회는 무엇인지 조용히 관찰해야 한다. 시장의 변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흐름 자체를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제학의 거인이 누렸던 여유로운 수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투자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심리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