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는 오는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을 고시할 예정이다. 직전 3차 조정 때는 국제유가 변동성과 민생 안정을 감안해 동결을 결정했다. L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당시에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소식에 국제유가가 일시적 하락세를 보인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도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협상 진전이 지연되고 미군의 이란 화물선 나포와 이란의 보복 경고가 겹치면서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진 상태다. 4차 고시를 앞둔 이번에도 인상 요인과 하락 요인이 맞물리며 국제 정세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정부의 셈법은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국제유가 조정 흐름을 감안하되, 그간 누적된 괴리를 일부 해소하는 수준의 ‘소폭 인상’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고가격제가 시행 8주 차에 접어들며 정책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최고가격제에 따라 국제유가와 국내 공급가격 간 격차가 커지면서 정유사 손실은 갈수록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부 재정 부담을 언급하며 정책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대표는 “종전 기대감으로 유가가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불확실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재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결정이 매우 어렵지만, 23일까지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휘발유 가격은 일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부담이 크지 않고 전쟁이 곧 정리될 것이라 보면 동결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조금 보수적으로 올리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도 “대통령이 직접 발언에 나선 만큼 소비를 절약하라는 신호를 가격을 통해 줄 필요가 있어 이번에는 조금 올리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 교수는 휘발유·경유·등유 등 유종별로 인상 폭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유 국제 가격은 많이 올랐는데 국내에선 상당히 눌러놓은 상태라 갭이 크다”면서 “등유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라 인상 여부를 두고 정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 역시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던 ‘L당 1800원’ 수준은 국제 정세와 환율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유 교수는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갑자기 폐지해 소비자들이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체감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긴 쉽지 않다”며 “전쟁이 끝나 가격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제도를 일정 기간 유지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선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도 않고 통화정책도 적극적으로 쓰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매점매석 금지 등 비시장적 요인을 통제하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에 이런 비시장적 요인으로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물가 안정화 수단으로 계속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