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스닥을 위하여[금융시장 돋보기]

주식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전 05:41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스닥 개편 방향이 발표됐다. 우량 기술기업과 초기 기술기업을 다른 바구니에 담고 승격 인센티브를 두는 승강형 세그먼트 제도다. 개편 방향을 투자자와 기업의 유인체계를 정렬하는 미시구조 설계에 초점을 맞춘 건 바람직해 보인다. 정보 불균형을 세그먼트 신호로 완화하고 승격 콜옵션을 통해 역동성과 건전성을 높인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코스닥 우량 기술기업의 이전상장 억제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 포석도 읽힌다. 나스닥을 벤치마크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스닥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건 특정 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투자자 신뢰를 두텁게 유지할 수 있고 나스닥 상장이 기술기업의 로망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 경쟁력이 있었다. 이왕 나스닥을 벤치마크 한다면 코스닥엔 없고 나스닥에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나스닥의 투자자 보호다. 지배구조 요건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나이스)와 99% 똑같다.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해야 하고 여성, 소주 민족 등 이사회 다양성은 나이스보다 더 엄격하다. 더 놀라운 건 지배구조 요건은 세그먼트와 관계없다는 점이다. 초기 기술기업(1년 유예)도 에누리 없이 똑같이 적용받는다. 가난한 건 봐줘도 불투명한 건 용납하지 않는 나스닥의 운영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자산 2조원 이하니까, 기술기업이니까 지배구조 요건을 경감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지배구조 개혁 없이 시장 신뢰가 가능한지, 코스피 6000이 가능했을지 한국판 나스닥을 위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량기업과 같은 지배구조가 기술기업에는 과도할 수 있다. 그래서 나스닥은 기업을 위한 절묘한 균형추를 만들었다. 바로 복수의결권이다. 1990년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나스닥으로 몰려간 이유다. 복수의결권은 투자자에겐 터무니 없지만 기술기업 속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 기술기업은 유형자산이 없는 차입이 어렵다. 기술투자 자금은 지분이 희석되는 주식 조달 외엔 방법이 없다. 기술투자와 창업주 불안의 딜레마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 복수의결권인 것이다. 그래서 나스닥은 상장 전에 발행한 복수의결권을 상장 후에 문제 삼지 않는다. 상장 후 새롭게 기존 주주의 의결권을 축소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시장에선 상장 후 일몰조항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는 나스닥 규정과는 무관하다. 기관투자자의 강력한 일몰조항 권고(7년 후 소멸)로 정보공개(IPO) 할 때 기술기업이 자율적으로 정관에 반영하는 추세다.

결국 미국 복수의결권은 회사법이 허용하고 거래소가 제한적으로 도입한 가운데 기관투자자의 시장규율로 경영권 안정과 투자자보호의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상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벤처기업특별법에서 제한적으로 도입했으나 상장과 함께 자동 일몰된다. 우리 경제가 기술주도의 초혁신 경제가 될수록 벤처기업 복수의결권과 기술기업 상장정책의 연계 요구는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그먼트 정책이다. IT 버블 붕괴 후 세그먼트를 2층에서 3층으로 확대됐다. 나스닥이 시총 1조 달러 이상 기업의 최다 보유 거래소가 된 것도 세계 최고 시장을 만들 목적으로 최상위시장 시가총액과 이익 요건을 나이스보다 높인 결과일 것이다.

초기 기술기업 상장요건도 주목할 만한데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수익이 없어도 기술가치만으로 상장할 수 있는 건 같지만 기술가치 허들을 높게 한 점, 기술가치는 투자자만 평가할 수 있게 한 점은 기술평가기관 트랙을 별도로 둔 우리와 다르다. 투자자가 기술을 좋게 평가할수록 벤처캐피탈(VC) 유치로 자본금은 커지고 IPO 시가총액은 커질 것이다. 기술가치 허들을 높게 둔 것은 수익 없는 기술기업의 상장 지속성과 관련 있어 보인다. 나스닥은 상장 후에도 기술평가가 좋으면 수익이 없어도 상장을 폐지하지 않는다. 기술이 수익을 만드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기술기업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부족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가(ATM) 증자라는 유동성 창구를 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어느 트랙으로 상장했든 수익이 없으면 상폐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리와는 다른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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