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정조준…100% 담는 ‘채권혼합’ ETF 쏟아진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13일, 오후 06:2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담은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 주식형 ETF와 달리 채권혼합형은 퇴직연금 계좌 내 100% 담을 수 있어 연금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다. 최근 증시 활황에 연금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채권혼합형 ETF 순자산 규모는 전일 기준 16조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 8조1453억원 대비 2배가량 불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상품 수가 7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특히 최근 들어 신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2분기(4월 1일~5월 13일) 국내에 신규 상장된 ETF 25종 중 채권혼합 ETF는 총 7종으로 집계됐다. 1분기(1월 2일~3월 31일) 신규 상장 ETF 32종 중 채권혼합형이 단 1종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월 말 KB자산운용이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선보인 뒤 유사한 구조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이들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0% 담고 나머지 50%를 우량 채권으로 편입하는 구조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의 순자산은 전일 기준 1조9643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국제 은 현물과 국고채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PLUS 은채권혼합’ △미국 인공지능(AI) 대표기업과 국내 채권을 50대 50으로 결합한 ‘IBK 미국AITOP10국채혼합50’ △코스닥150 지수를 50% 미만, 단기국공채를 50% 초과로 투자하는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 등 기초지수를 다양화한 상품이 여럿 상장했다. 신한자산운용도 오는 19일 코스피200에 속한 상장사 주식에 50% 미만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우는 ‘SOL 코스피200채권혼합50’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채권혼합형 ETF 출시가 잇따르는 건 퇴직연금 투자 수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규정상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돼 연금 계좌에서도 100% 편입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혼합형 ETF를 담으면 계좌 전체 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다.

증시 호황에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굴리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 역시 채권혼합형 ETF 시장을 키우고 있다. 퇴직연금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원리금 비보장형 적립금은 145조5215억원으로 전 분기 말과 비교해 18.1% 증가했다. 전체 적립금에서 원리금 비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분기 15.1%에서 지난해 1분기 19.1%, 올해 1분기 28.6%로 상승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ETF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채권혼합형 ETF의 약진”이라며 “연금 ETF 시장이 과거 단순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채권 구조를 활용해 국내 성장주 편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채권혼합형 ETF는 법적 안전자산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일일 기준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구조”라며 “상승장에서는 주식 비중이 자동 축소되며 수익 일부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모멘텀이 강한 모멘텀 장세에서는 일반 주식형 ETF 대비 상승 탄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식+채권 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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