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신규 투자 보류…옥석부터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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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17일, 오후 11:38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지영의 기자] 국내 기관투자가(LP)들이 사모대출 투자에 한층 신중해지고 있다. 일부 리테일형 사모신용 상품에서 환매 압력이 불거지고 비상장 대출자산의 가치평가 논란이 지속면서 신규 출자에 앞서 리스크 검증 기준을 높이는 분위기다.

다만 사모대출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질과 운용사의 선별 능력을 더 따져보려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투자 중단이 아니라 차주와 담보, 회수 역량을 따지는 옥석가리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사진=로이터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과 주요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해외 사모대출 시장에서 불거진 유동성·평가 논란을 계기로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 점검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군인공제회 등 일부 공제회는 해외 운용사와 기존 투자자산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출장 일정을 잇따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신용 자체에 대한 관심이 꺾였다기보다는, 신규 출자와 기존 위탁 전략을 두고 투자심사 허들을 높이는 양상이다.

점검의 초점은 차입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감시하는 장치인 코버넌트(Covenant) 조건에 맞춰지고 있다. 코버넌트는 차입 기업이 일정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하거나 추가 차입, 배당, 자산 매각 등을 제한하도록 하는 약정이다. 국내 LP들이 차주의 현금흐름과 담보 가치, 약정 구조, 부실 발생 시 회수 가능성 등을 이전보다 더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사모대출은 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체투자 전략으로, 사모신용의 대표 영역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대체 자금조달 수단이자 LP들의 이자수익형 투자처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 확대와 함께 평가·유동성 리스크도 부각됐다. 미국 블루아울캐피털의 일부 리테일형 사모신용 상품에서 환매 압력이 불거진 뒤 비상장 대출자산의 평가 적정성과 환매 대응 능력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모대출을 바라보는 국내 LP들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쿠폰 수익률과 담보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차주의 질과 현금창출력, 담보 설정 방식, 약정 조건, 부실 발생 시 회수 역량까지 함께 따지는 분위기다. 직접대출, 자산유동화금융, 부실채권, 특수상황 투자 등이 모두 사모신용으로 묶이지만 실제 위험 구조와 회수 방식은 다른 만큼, 단순 목표수익률보다 전략별 위험 요인을 더 면밀히 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모대출 투자를 접는 분위기인 것은 아니다. 신규 출자와 기존 포트폴리오를 두고 검증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한 공제회 CIO는 “사모대출 시장 내 투자 기회가 없는 게 아니라, 최근 논란 이후 포트폴리오와 기초자산을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상품보다 차주의 질과 담보 구조, 운용사의 심사·회수 역량을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도 단순한 위축과는 거리가 있다. 아비바인베스터스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사모 기업대출 배분 비중은 지난해 10.3%에서 올해 12.5%로 높아졌다. 향후 2년간 가장 투자 매력이 큰 사모신용 전략으로는 자산담보형 대출과 부실채권 투자가 꼽혔다. 응답자의 49%는 매출채권, 재고, 설비, 부동산 등 특정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전략을, 48%는 시장 변동성이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격 매력이 생긴 부실채권·기회주의 크레딧 전략을 유망하게 봤다.

수익률과 손실률 측면에서도 사모신용의 구조적 매력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클리프워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사모신용 수익률은 10%를 웃돈 반면, 부실 대출 등으로 발생한 크레딧 손실은 0.64%에 그쳐 21년 평균치인 1%를 밑돌았다. 모건스탠리도 ‘2026 사모신용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사모신용 선순위 담보대출 수익률이 8.0~8.5%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사모신용이 기관투자가에게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제공하는 자산군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성장 전망도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사모신용 운용자산(AUM)이 2조달러를 넘고 오는 2030년에는 4조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존 기업 직접대출 중심의 사모신용 시장이 에셋 기반 금융(ABF),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태평양(APAC) 등으로 성장축을 넓힐 것으로 봤다. 인수합병(M&A)과 차입매수(LBO) 활동이 회복될 경우 비은행권 신용 공급자인 사모신용 운용사들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운용사들도 전략별 펀드 결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타레스캐피털은 이달 세 번째 시니어론 펀드를 약 85억달러 규모로 결성했다. 이는 당초 목표액인 6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미국과 캐나다 미들마켓 기업에 대한 선순위 담보대출에 주로 투자한다.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도 지난달 세 번째 사모신용 플랫폼을 75억달러 규모로 마감했다. 해당 전략은 미국과 유럽의 스폰서 보유 미들마켓 기업에 선순위 금융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 방식도 직접대출을 넘어 세컨더리와 공동투자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아레스매니지먼트는 올해 초 크레딧 세컨더리 전략으로 71억달러의 투자 가능 자본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LP 지분 약정액은 약 40억달러로 당초 목표액의 두 배에 달했다. 스텝스톤그룹은 지난 3월 말 15억8000만달러 규모의 관련 펀드를 최종 결성했다. 이 펀드는 기존 사모신용 펀드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거나 다른 운용사가 발굴한 대출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 기회를 찾는다.

한편 이데일리는 오는 21일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에서 ‘사모대출 시험대: 다시 점검하는 리스크’ 세션을 열고, 사모신용 시장의 투자 기회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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