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이 디폴트옵션 활성화 이끌 것”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7:01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활성화와 질적 도약을 이끌어낼 겁니다.”

정호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금형 제도를 통해 개인의 선택 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낮춰 신뢰성을 확보할 때 진정한 의미의 디폴트옵션, 즉 실적배당형 중심의 자동투자가 완성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사전에 직접 운용 상품을 지정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옵트인’ 방식이다. 가입자의 선택과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를 미뤄두다 적립금이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디폴트옵션이 실질적인 자동 투자 체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입자 개인을 대신해 판단 및 운용을 맡을 전문 주체, 즉 기금이 필요하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 퇴직연금은 기업·근로자가 금융회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계약형’ 중심”이라며 “수탁법인(기금)을 설립해 대규모 자금을 공동 운용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하면 연금의 실적 배당화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 중이다.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선언문 발표하고 오는 7월까지 세부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 본격화는 결국 ‘옵트아웃’(사전 선택이 없으면 자동으로 투자되는 방식) 체제로 가기 위한 구조적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 디폴트옵션은 미국 퇴직연금인 401k의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 제도를 벤치마킹해 고질적인 저수익 구조를 탈피하고자 도입됐다”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실적배당형 자산으로의 이동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원리금 보장 상품 쏠림을 해소하지 못해 기대효과가 일부 상쇄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401k와 차이점으로는 △허용 상품의 한계 △운용의 주도권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을 꼽았다. 특히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에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허용함으로써 연금자산의 실적배당화라는 핵심 목표 달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은 ‘은퇴 자금을 예금에 묶어두는 건 방임이자 위험’이라는 전제 하에 자산을 실적배당형 위주로 강제 이주시킨다”며 “한국 디폴트옵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원금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의 수탁자 책임 강화도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옵트아웃 방식은 가입자 대신 금융회사가 운용 판단을 내리는 구조인 만큼 이해상충 방지와 책임 운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원금 사수를 극도로 중시하는 한국 투자자 성향과 국내 증시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고려할 때 미국식 시스템이 그대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 실정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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