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디폴트옵션 제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1978년 연금개혁법 제정으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를 마련했다. 현재의 401k 구조가 완성된 건 2006년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PPA)를 제정하면서다. 당시 401k는 넛지 이론을 도입해 가입자가 별도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금에 가입되는 장치를 만들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가입을 희망하는 근로자가 서류를 제출해야 했으나 자동가입을 기본으로 하되 탈퇴를 원하면 서류를 작성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가입률을 높였다.
투자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투자 지식이 없는 가입자에게 상품 선택지가 주어지면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하진 않는다는 넛지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오히려 선택지를 줄여 자연스럽게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자동 투자하게 만든 점이 401k가 연 평균 8~10%의 장기 수익률을 올린 비결이 됐다.
특히 401k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중장기 자산 배분 상품을 ‘적격 디폴트 투자 상품’(QDIA)로 지정해 운용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TDF는 은퇴 등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다. 투자 초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뱅가드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401k 가입자의 84%는 TDF를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이 전문가가 설계한 생애주기별 자산배분경로에 운용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가입자들의 거래 행태도 정적인 편이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1년에 한 번이라도 거래를 수행한 가입자는 12%에 그쳤다. 이중 전문가에 포트폴리오를 맡긴 가입자를 제외하면 직접 거래 비중은 5%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설정값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인간의 ‘게으름’을 활용한 401k의 설계를 수익률 비결로 꼽는다.
이밖에 조기인출 페널티, 최소 의무 인출 연령 상향, 연금 수탁자 면책 조항 등이 401k의 성공 비결로 거론된다. 미국은 59.5세 이전에 자산을 인출하면 일반 소득세 외에도 연방 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긴급 인출이 가능하지만 필요 금액에 한해 인출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소득세가 부과된다. 긴급 인출을 이용한 비율은 2024년 기준 4.8%에 불과하다. 최소 의무 인출 연령은 72세에서 73세, 75세로 단계적 상향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