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030년 367조라더니”…올해 투자계약증권은 고작 6건

주식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5:04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STO(Security Token Offering·토큰증권발행) 시장을 둘러싼 기대와 실제 시장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STO 플랫폼 구축과 디지털자산 기업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 위에 올릴 투자계약증권 상품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되는데 상품 공급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챗GPT를 활용해 제작한 표 이미지.


2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이날까지 제출된 투자계약증권은 총 6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계약증권 상품이 처음 등장한 2023년에는 5건이 제출됐고 2024년 10건, 2025년 1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STO 법 통과 이후 시장 확대 기대감은 커졌지만 실제 투자계약증권 발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발행 상품 역시 한우·한돈·미술품 등 일부 기초자산에 집중됐다.

조각투자는 미술품이나 한우 등 고가 자산을 여러 지분으로 나눠 소액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이 가운데 투자계약증권은 조각투자를 자본시장법 체계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도입된 증권 형태다. 과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조각투자 상품들이 투자계약증권 형식을 갖추면서 금융당국의 감독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등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제도권 편입 이후에도 STO 시장 외형은 기대만큼 빠르게 커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올해 투자계약증권 발행은 데이터젠, 스탁키퍼, 열매컴퍼니, 투게더아트 등 사실상 4개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젠은 한돈, 스탁키퍼는 한우, 열매컴퍼니와 투게더아트는 미술품 기반 상품을 각각 발행 중이다. 2024년까지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부터 한우 기반 상품이 늘었고 올해는 한돈 상품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시장 성장 속도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국내 STO 시장 규모가 2030년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투자계약증권 발행 건수는 연간 10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STO가 새로운 자본시장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상품 공급 측면에서는 아직 초기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발행 절차의 복잡성도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 금융당국 심사를 거친 구조와 유사한 상품은 비교적 반복 발행이 가능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기초자산을 활용한 상품은 진입 부담이 크다. 수백 페이지 분량의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법무법인 자문 비용도 수천만원 수준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조각투자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한 셈이다.

기존 주력 상품이던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 발행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한우·한돈 기반 상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청약률과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분위기를 일부 떠받치고 있다.

다만 특정 자산군에 편중된 구조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기초자산 기반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증권사들의 STO 플랫폼 구축 경쟁이나 디지털자산 기업 인수 움직임 역시 실질적인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STO 시장이 제대로 커지려면 인프라 확대와 함께 상품 다양성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2월 STO 법 시행 이후에도 정작 플랫폼에 올릴 상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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