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 들었던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상호주 카드에 대해 공정위가 법리 검토를 끝내고 본격적인 행정 처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관가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초 해외 계열사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심사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최 회장 등을 공정위에 신고한 지 약 1년 만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피심인 고려아연 및 최 회장 측에게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표준적인 행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건은 공정위 위원들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 상정돼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공정거래법 제36조(탈법행위의 금지) 위반 여부다. 앞서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과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 등을 활용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해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A회사(자회사 포함)가 B회사의 주식을 10% 초과해 가지고 있다면 B회사는 자신이 가진 A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존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을 25.42% 보유한 대주주였으나, 고려아연은 영풍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영풍의 의결권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때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가 영풍 지분을 취득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져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다만 고려아연 측 역시 영풍이 이보다 앞서 와이피씨(YPC)로 고려아연 지분을 이전한 행위 역시 규제 공백을 노린 우회이자 순환출자라며 맞신고를 진행한 상태다. 영풍 측은 합법적인 자산 정비이자 고려아연의 기습 매입으로 고리가 강제 연결됐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양측이 각각 해외 법인과 국내 유한회사라는 규제 틈새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영풍 연합은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를 우회 동원하는 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해당 의결권 제한 조치에 대해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장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공정위의 행정 처분은 별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 내에서 계열사들이 ‘A→B→C→A’ 형태로 꼬리를 문 순환출자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법원은 상법상의 절차에 근거해 상호주가 적법하다고 판결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공정위는 해외 계열사를 우회 통로로 삼아 국내법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본질을 심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고려아연 측의 상호주 신고 건 뿐만 아니라 반대로 고려아연이 제기한 영풍의 YPC 활용 순환출자 의혹에 대한 사안도 함께 묶어 다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두 사건이 하나의 분쟁 국면에서 파생된 만큼, 공정위가 양측의 우회 규제 회피 여부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