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 예상치 못한 온기가 돌고 있다.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과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매물들이 잇따라 원매자 확보에 성공하거나 대형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깜짝 흥행’을 예고하면서다. 각각의 원매자들은 보험사 인수로 지주사 전환 및 공적 자금 지원 등의 실속을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4일 투자은행(IB)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 중인 보험사 인수 예비입찰에 대형 금융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예별손보와 KDB생명 인수전이다. 수차례 유찰 잔혹사를 겪었던 예별손보 인수전에는 교보생명이 깜짝 등판했다.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상위 3위권 대형 생보사가 일제히 참전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등판한 데에는 매각 측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예별손보는 예금보험공사가,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통상 부실 금융기관이나 장기 미매각 자산을 매각할 때 당국은 원매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예별손보의 경우 매각 주체인 예보가 인수자에게 약 4000억~5000억 안팎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KDB생명 역시 대주주인 산은이 매각 후에도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일정 부분 자본확충을 부담해주거나, 원매자의 초기 인수 대금 자체를 낮춰주는 구조를 짤 수 있다. 원매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알짜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탑3 생보사 중 유일하게 손보사가 없는 교보생명은 오랜 숙원 사업인 지주사 전환을 함께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생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 상태로 지주사를 출범하면 금융지주로서의 다변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사 성립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매끄럽게 통과하려면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외형이 필수적이다. 풋옵션 분쟁 등으로 멈춰섰던 IPO(기업공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잠잠했던 롯데손보 매각 전선도 요동치고 있다. 실사까지 진행하며 인수 의지를 보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 외에도, 신한금융지주 역시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 측과 접촉하며 잠재 원매자로 표면에 부상했다. 신한금융은 리딩 금융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보사(신한EZ손해보험) 라인업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손보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단숨에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금융지주들이 지나치게 높은 몸값과 자본확충 리스크를 이유로 인수를 꺼렸다”며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대형 생보사들의 구조적 필요성이 맞물리며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