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개정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일정 기간 내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저가주 기업들은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격을 높이는 액면병합을 선택하고 있다. 예컨대 10주를 1주로 병합하면 주가는 이론적으로 10배 상승한다. 수백원대 동전주가 수천원대로 바뀌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병합 이후에도 주가가 1000원을 넘기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병합 후 거래 재개 기업 중 아이에이(038880), 팬스타엔터프라이즈(054300), 케이피엠테크(042040), 케스피온(079190), TS트릴리온(317240), 소프트센(032680), 원풍물산(008290) 등이 다시 동전주로 전락했다.
주식병합 후 거래재개 첫날에는 동전주 탈출 기대감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포인트다.
실제로 최근 거래를 재개한 일부 종목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거래를 재개한 코스닥사 7곳 중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두 자릿수 급락으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이원컴포텍(088290)이 29.52% 내렸고 아우딘퓨쳐스(227610)(-25.06%), 소프트캠프(258790)(-23.17%), 엔투텍(227950)(-20.28%) 등이 뒤를 이었다.
폴라리스AI(039980), 휴맥스(115160), 케스피온(079190), 파인디앤씨(049120), 한울반도체(320000) 등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만 해도 주식병합 후 거래 재개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액면병합이 기업가치 자체를 높이는 수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병합은 유통주식 수와 액면가를 조정하는 회계적 조치일 뿐 매출이나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액면병합은 주식 수를 줄이고 주당 가격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시가총액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며 “상장유지 기준이 시가총액 중심으로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업가치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투자자 소통”이라며 “좋은 뉴스와 IR 활동을 통해 시장의 평가를 높이는 것이 본질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병합을 통한 상장폐지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완 규정을 마련했다. 최근 1년 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이 동전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이후 90거래일 동안 추가 병합이나 감자를 제한하고,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는 과도한 비율의 병합도 금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