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리스크를 공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이득을 얻은 경영진 등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쟁점도 살펴볼 전망이다.
11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공시심사국은 서진시스템이 베트남 세관 당국으로부터 받은 1000억원 규모 세금 납부 명령에 대한 공시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서진시스템의 자회사가 부과받은 거액의 부가세 문제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기재됐어야 한다고 보고, 회사 측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사업보고서 정정 및 제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회사측에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 서진시스템의 베트남 주요 생산법인인 서진베트남이 지난 2월 베트남 세관 당국으로부터 약 1189억원의 세금 납부 명령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금감원에 해당 금액을 완납한 뒤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서진베트남의 세금 부과가 정기보고서 기재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종속회사가 국내외 조세 관련 법령 위반으로 행정상 조치를 받은 경우 정기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는데, 서진베트남은 서진시스템 사업보고서상 자산총액 10% 이상 및 750억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주요 종속회사다. 베트남 세관 당국의 세금 부과가 지난 2월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 만큼, 금감원은 해당 리스크가 빠진 1분기 보고서의 정정 필요성과 향후 반기보고서 기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외 조세 관련 법령 위반으로 행정상 조치를 받은 경우 정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며 “자회사라도 일정 규모 이상 종속회사에서 발생한 경우 정기보고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진시스템은 세금 부과 이후 완납하고 이의신청 중이어서 기재 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완납 여부와 별개로 그런 이벤트가 생긴 것 자체가 공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앞서 서진시스템의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은 원부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내역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서진시스템은 5년치 중 3년치 재고 물량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1000억원대 부가가치세 및 벌금 납부 요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서진시스템 전동규 대표이사가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세금 미납으로 인한 출국금지조치를 받아 현지에 장기간 발이 묶인 상태다.
그럼에도 서진시스템의 1분기 보고서에는 해당 세무 리스크가 별도 위험요인이나 조세 관련 행정조치로 기재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해당 사안이 본사가 아닌 베트남 자회사에서 발생한 일이고, 완납 후 이의신청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진시스템은 이미 반복적인 공시 위반 이력을 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지난 2024년 회사분할 결정 철회에 따른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고, 지난해에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지연공시로 재차 지정됐다.
유상증자 투자자에 대한 미공개정보 선별 제공 여부와 임원 주식 매도 관련 의혹은 불공정거래조사국 영역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4월22일 이사회에서 18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서진시스템 고위 경영진은 유상증자 투자자들이 베트남 세금 관련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반면 투자자 측은 관련 보도가 나온 뒤에야 해당 사안을 인지했다며 사전 고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서진시스템 주요 임원 6명이 지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보유 주식 총 4만9064주를 장내 매도한 사실도 쟁점이다. 총 매도액은 약 28억5900만원 규모로, 일부 임원은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아울러 회사가 세금리스크 미공시 상태에서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을 통해 융통한 3000억원의 자금, 추가로 조달 추진 중인 영구채 발행 건 역시 미공개정보 관련 리스크가 걸려 있는 실정이다.
공시심사국에서 정기보고서 기재 누락 여부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한 뒤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부정거래 여부는 불공정거래조사국이 전후 사정과 내부 인지 시점, 매매 경위, 추가 문제 소지 등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진시스템의 베트남 세금 리스크가 단순 자회사 세무 이슈를 넘어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억원대 세금 납부 명령은 회사의 유동성과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주요 생산법인에서 통관 차질과 대표이사 장기 현지 체류 문제가 동반됐다면 사업 리스크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베트남의 통관 차질을 베트남 내 다른 자회사로 우회해 대응하더라도, 현지 세무당국의 조사망이 계열 법인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리스크 수위는 더 커질 수 있다.
서진시스템 측은 베트남 세금 리스크가 최종 확정된 손실이 아니며, 향후 환급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요 공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데일리 보도 이후에도 공시 대신 회사 홈페이지에도 해당 금액이 환급 가능한 사안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부가세 환급이 원부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간 연계성을 정상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성립하는 만큼 안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5년치 조사 대상 중 상당 기간의 재고·수출입 연계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세금이 부과된 것이라면, 환급은 확정된 권리가 아니라 이의신청 과정에서 회사가 추가로 입증해야 할 불확실한 사안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세무 리스크라면 이의신청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 공시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1분기 보고서에 빠진 상태에서 유상증자와 임원 매도까지 이어졌다면 공시 누락과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는 당연히 조사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한 한국 기업들이 받은 베트남 세무당국의 사후검증 강도와 현지 당국의 재량을 감안하면, 회사 측이 주장하는 환급 가능성이 실제 현금 회수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며 "코스닥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 의식 수준이 너무 낮은 듯 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