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검찰 고발’ 피한 고려아연·영풍…‘고의’ 수위 감경 배경은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5:33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과 영풍(000670)이 회계감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단계에서 법적 파국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 조치 결과 검찰 이송 조치를 비껴가면서, 매매거래 정지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의 전면 확산은 일차적으로 방어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증선위 결과 [사진=금융위원회]
영풍 증선위 결과 [사진=금융위원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전날 제11차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한 고려아연에 대해 △과징금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월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영풍에 대해선 같은 조치에 △전 대표이사의 해임권고 상당 등이 추가됐다.

주목할 점은 처분의 종류다. 앞서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 단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고의 처분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제재가 논의된 바 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 제재는 위반 동기(고의·중과실·과실)와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국의 시각에 맞서 기업들의 치열한 법리 소명 과정이 수개월간 이어져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찰 고발이나 통보 등의 조치가 동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양정기준상 위반 동기가 고의일 경우 검찰 이송이 필수 병과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선위가 두 회사의 소명을 참작하면서 최종 처분 수위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 과소계상했지만…‘기술적 오류’에 무게둔 듯



수개월간 이어진 당국과 회사의 공방은 증선위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장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오간 대목은 고려아연의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 미기재 혐의로 보인다. 증선위가 명시한 지적사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종속회사와 관련해 발생한 특수관계자 거래를 주석에 적지 않았다. 위반 규모는 연결기준으로 2022년 68억4500만원, 2023년 69억2000만원 등 총 138억원 수준이다.

외감법 시행령상 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와의 비정상적 거래가 회사나 주주, 임직원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당국은 이를 고의적 위법행위로 판단할 수 있게 돼있다. 최종 단계에서 증선위는 장부 자체를 조작·위조한 의도적 은폐가 아닌, 재무제표 본문에는 거래를 반영했으나 공시용 주석에서 누락한 기술적 미기재(과실)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의 또다른 아킬레스건인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와 해외 종속회사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 투자 손실 축소 혐의 역시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 지적사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을 연결기준으로 2022년 212억2800만원, 2023년 1392억6800만원 규모로 과소계상했다.

이그니오 관련 지적사항도 뼈아프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이그니오를 582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번 증선위 의결에 따르면 해외 종속회사의 영업권 손상차손 미인식 규모는 연결기준 2022년 1636억원, 2023년 1665억원, 2024년 1898억원 등이다. 인수가의 3분의 1에 달하는 자산 가치가 증발했음을 당국이 공식 확인해 준 셈이다.

고려아연과 패키지로 묶여 심의를 받은 영풍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오염토양 정화명령에 따른 환경 부채를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과소계상한 혐의로 강도 높은 조치를 받았다. 다만 심의 과정에서 환경 부채의 구체적인 정화 비용을 현시점에서 명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불확실성이 인정되며 제재 수위가 조율된 것으로 파악된다.



◇강도 높은 행정 처분에 대외 신뢰도 타격



결과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을 짓누르던 회계 리스크는 검찰 고발을 면했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양 사 모두 강도 높은 행정 처분에 대외 신인도 추락과 경영진 공백 우려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당국이 사법 처리는 유예했으나 면죄부를 준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의 경우 종속회사 전환사채(CB) 관련 주요 자료 미제공 등 외부 감사 방해 혐의라는 가중 사유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 제재 중 최고 수위인 임원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월이라는 철퇴를 맞으면서, 두 회사 모두 시장에서의 회계적 신뢰도에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 및 회사관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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