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개최한 공기열·수열 히트펌프 보급사업 설명회 현장. (사진=기후부)
이번 행사는 지난 3월 공기열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공식 인정된 이후 처음 열린 전국 단위 사업 설명회다. 히트펌프는 공기나 하천수, 해수 등에 존재하는 열에너지를 끌어와 냉난방과 급탕에 활용하는 설비다. 전기 1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해 3~5kWh 수준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건물 부문의 난방 전기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해왔다.
업계에서는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편입을 국내 히트펌프 시장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상업용 건물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됐지만 정부 보조사업이 시작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기대감이 확인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지자체 담당자들은 히트펌프의 원리와 경제성, 사업 추진 절차, 전기요금 부담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이 국고와 지방비를 함께 투입하는 구조인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참여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설명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접 참여해 히트펌프 기술과 해외 운영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성은 지자체와 소비자 모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양평, 충북 충주, 경남 남해 등에서 권역별 실증을 진행한 결과, 겨울철 난방비가 기존 대비 40~60% 절감됐다고 밝혔다. 특히 난방 사용량이 많은 중북부 지역에서 절대적인 절감액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효율 자체는 남부 지역이 더 높지만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난방 사용량이 많은 중북부 지역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더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사업에 총 144억 5000만원을 투입해 2580대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국비 40%, 지방비 30%, 자부담 30% 구조로 운영된다. 개별 사업비는 약 14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사업 대상 가구는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액화석유가스(LPG) 난방을 사용하는 단독주택이 중심인데, 제조사들은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렌털과 구독 모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난방비 절감”이라며 “현재 실증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자부담 비용도 2~3년 정도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제주·전남·경남 등 온난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보급 물량은 올해의 4배 수준인 1만대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제조사들도 생산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생산 제품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내년 사업부터는 국내 생산 제품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국내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내 한 공동주택에 설치된 공기열 히트펌프.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 체계도 숙제다. 정부는 지난 4월 히트펌프 전용 누진제 면제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기본요금 체계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사용량과 관계없이 연중 기본요금을 부담해야 해 경제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설치 인프라 부족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히트펌프는 제품 설치뿐 아니라 배관과 주변 설비까지 포함한 종합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치업체들이 히트펌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전문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조사가 직접 교육을 진행하며 설치업체들과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설비 지원을 넘어 기존 열공급 인프라 전환에 대한 장기적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기존 지역난방 시스템은 고온의 열을 공급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이를 저온 열원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배관망과 수열 설비를 전면 개보수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인프라 교체 비용이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지원과 제조사 투자,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