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엇박자 낸 한국거래소...리스크 인지하고도 수수방관
16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서진시스템 측에 대해 베트남 자회사에서 발생한 1000억원 규모 세금 부과 건이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속회사에서 발생한 벌금·과징금이나 부가가치세 부과가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상 수시공시 대상 항목에 열거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모회사의 벌금·과징금은 공시 대상이지만 종속회사는 현행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상에 나와있는 대상이 아니다. 세금도 열거가 안 돼 있다”며 “현행 규정상 수시 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거래소의 판단과 공시 감독지도가 수시공시 규정상 열거 항목 해당 여부에 그쳤다는 점이다. 서진베트남은 서진시스템의 핵심 생산법인이자 주요종속회사다. 서진베트남에서 발생한 1000억원대 세금 납부 명령과 경영진 출국금지 문제는 모회사 유동성, 사업 운영, 자금조달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수시공시 항목에 직접 열거돼 있지 않음을 안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닌, 정기보고서 기재, 자율공시, 공정공시 측면에서 공시 필요성을 함께 검토하도록 안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닥 공시체계가 열거식 수시공시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주요경영사항에 직접 해당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경영·재산 및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자율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릴 수 있고, 특정 투자자나 특수관계자에게만 중요 정보가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공정공시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관련 기사 ☞ 1000억 세금리스크, 유증 투자자에만 알렸다는 서진시스템[Only 이데일리]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거래소와는 다르다. 금감원 공시심사국은 서진시스템이 지난 2월 1000억원대 부가세 통보를 받은 만큼 지난 1분기 보고서에도 반영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봤다. 주요종속회사인 서진베트남의 세금 납부 명령이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세 관련 행정조치에 해당하고, 이의신청 중이라는 사정도 기재 제외 사유가 아니라 함께 설명해야 할 진행 상황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이 공표하고 있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공시서류에는 투자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사항을 모두 기재해야 하고, 불리한 사항이나 불리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도 누락해서는 안 된다. 또 회사가 조세 관련법 등 국내외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행정상 조치를 받은 경우 제재기관, 조치내용, 금전적 처벌 또는 조치금액, 사유와 근거법령, 이행현황 등을 정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서진시스템은 이미 반복적인 공시 위반 이력을 안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2024년 회사분할 결정 철회에 따른 공시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고, 지난해에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지연공시로 재차 지정됐다. 반복적인 공시 위반 이력이 있는 상장사에서 또다시 주요 리스크의 미공개 문제가 불거진 만큼, 거래소가 수시공시 항목 해당 여부만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진시스템의 베트남 주요 생산법인인 서진베트남은 지난 2월 베트남 세관 당국으로부터 약 1000억원 규모의 부가세 납부 명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측은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