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 퇴직연금을 수급 개시한 60만 1000명 중 50만 2000명(83.5%)이 일시금 수령을 택했다. 연금 형태로 수령한 인원은 9만 9000명(16.5%)에 그쳤으며 연금 수급자 가운데서도 10명 중 8명은 10년 이하의 단기 연금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년을 초과해 연금을 수령하는 퇴직자는 2.3%에 불과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99조원 가운데 15조원이 중도해지 됐다. 사실상 전체 적립금 중 15%가 해지되는 것이다.
남 학회장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었다고 하지만 노후 ‘자산’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노후 ‘소득’이 되지 않으면 소득대체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으로 기능하려면 국민연금처럼 일정 기간에 걸쳐 연금 형태로 지급돼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퇴직 시점에 연금으로 나눠 받을 만큼의 돈이 쌓여 있지 않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그는 “연금으로 돌릴 시 한 달에 몇 만원 받는 수준이라면 의미가 없다 보니 대부분 일시금으로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 누수를 중도인출과 중도해지로 나눠 설명한다. 중도인출은 주택 구입, 의료비 등 특정 사유로 일부를 빼는 것이고, 중도해지는 아예 IRP 계좌 자체를 해지해 제도 밖으로 자금을 빼내는 경우를 의미한다. 남 학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도 누수의 80~90%가 사실상 중도해지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IRP를 함부로 해지하지 못하게 막는 게 핵심이다.
해외 사례와도 비교된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중도인출 사유를 두긴 하지만 우리처럼 쉽게 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주택 구입 목적이라면 전액이 아니라 일부만 빼게 하고, 그마저도 대출에 가까운 구조로 나중에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나 생계 곤란 사유도 ‘죽기 직전’ 수준이 아니면 인정이 안 되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결국 입법을 통해 강한 틀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 학회장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당시에도 ‘중도 인출을 제한하지 말자’는 데 노사정이 합의했을 정도로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