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없이 수익률 제고는 불가능…퇴직연금, 위험자산 한도 없애야"[만났습니다①]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7:34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투자를 하지 않고서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상품의 편입 비중, 위험자산 한도와 같은 개념들은 아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재우 한국연금학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험 없는 투자는 있을 수 없다”면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규제 사항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남 학회장은 국민연금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에서 관련 연구를 해 온 대표적인 연금 전문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현재 확정기여(DC)형·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주식형 펀드 등) 비중은 70%까지 허용한다. 나머지 30%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예금·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원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퇴직연금을 주식 등 대표적인 위험자산에 투자해 자칫 손실을 발생시킬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됐으나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발목잡는 규제로 지목되기도 한다.

남 학회장은 “위험의 집중도, 분산 투자를 의무화 하는 등의 방향으로 규제를 하는 게 더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향후 도입이 예정된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직접 운용을 할 의지나 의사는 없으면서도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돼 있는 문제들을 피하고 싶은 DC형 가입자들의 경우 기금형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펀드·연금실장인 그는 올해 1월부터 학회장을 맡아 연말까지 학회를 운영한다. 학회는 공적·사적 연금제도 전반을 연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학술단체다. 남 학회장은 “연금자산의 운용, 특히 기금 및 적립금 운용 관련 논의를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남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퇴직연금 투자 트렌드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 2~3년간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았던 건 원리금 보장형 상품 중심 운용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하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실적배당 상품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DC형과 IRP는 운용 성과가 연금 수령액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더 강하다. IRP 같은 경우에는 실적 배당 상품 비중이 매우 높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확대와 함께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계속 유지되거나 더 가속화될 것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국내에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DC형은 디폴트 옵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디폴트 옵션 제도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시키면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해외는 어떤가.

△DC 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에는 디폴트 옵션이 존재한다. DC 제도는 디폴트 옵션과 같이 붙어서 출발해야 한다.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포함된 경우는 일본과 한국 정도다. 원금 손실을 가능한 한 지양하는 형태의 보수적인 상품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아예 이자를 보장하는 식의 투자 상품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고 그게 퇴직연금의 기본적인 적립금 운용 수단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미국의 제도와 비교하면.

△미국은 기업이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고 ‘적격 디폴트 투자대안(QDIA)’ 요건을 충족하면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 그것이 ‘세이프 하버’(Safe Harbor·면책)의 기본 원칙이다. 한국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디폴트 옵션에 대해 사업자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는 제도 설계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하게 QDIA를 설정을 해서 ‘조건을 만족하는 상품으로 디폴트 옵션을 제공을 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도입이 예정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장·단점은.

△단점으로는 옥상옥 형태의 비효율성과 비용 증가 가능성이 있겠지만 수익률 제고 관점에서 보면 선택 가능한 대안이 더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직접 운용을 할 의지나 의사는 없으면서도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돼 있는 문제들을 피하고 싶은 DC형 가입자들의 경우 기금형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기금형의 도입이 기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던 가입자는 기존의 계약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금형은 원리금보장에 머무른 가입자 중심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연 4~5% 수준의 수익률만 제공해도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자산 한도를 풀어야 하나.

△수익률 제고 관점에선 자산을 보관만 해선 안 되고 투자를 해야 하며 위험이 없는 투자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게 하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투자 개념에 맞지 않다. 특성이 다른 위험자산을 여러 개 섞어서 위험이 분산되도록 해야 하지, 전체적인 위험 양을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상품 편입 비중, 위험자산 한도와 같은 개념은 당연히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위험의 집중도, 분산 투자의 의무화 방향으로 규제를 하는 게 더 맞다.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의 편입도 업계 숙원이다.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는 편입을 허용할 필요성은 있다.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단기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원리금 보장형 자체의 비중을 줄여가야 하는 게 맞지,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방향이다.

-한국연금학회는 어떤 곳인가. 학회장으로서 역할은.

△연금 제도는 경제학, 재무학, 사회복지학 등 여러 분야가 얽혀 있다. 국내에는 연금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많지 않아 관련 전문가들이 모일 필요가 있었고 그 결과 학회가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공적연금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개인연금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아카데믹한 영역에서는 가장 큰 연금 관련 학회라고 보면 된다. 올해는 특히 연금 자산의 ‘운용’에 방점을 둘 예정이다. 그동안 제도 논의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연금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재무 전공 출신 학회장이라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시각을 반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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