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피 가능" AI 이익 폭증에 적응하는 코스피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8:5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증시가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반도체 이익 폭증을 반영하며 과거와 다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했지만 이익 전망 상향 속도가 더 빠른 만큼, 시장이 반도체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17일 ‘하반기 주식시장: AI 성장에 적응하기’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AI가 주도하는 성장을 이익으로 구현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흥국증권)
보고서의 핵심은 반도체다. 이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성장에 필요한 물리적 기반을 반도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반도체 기업은 2023~2025년 3~4개 수준에서 현재 8개로 늘었다. 삼성전자(005930)는 세계 시가총액 12위, SK하이닉스(000660)는 16위에 오르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상도 높아졌다.

국내 증시 상승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025년 각각 43조 6000억원, 47조 2000억원에서 2026년 각각 355조 4000억원, 258조 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200 전체 영업이익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32.1%에서 2026년 68.3%, 2027년 71.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역시 경기와 증시를 동시에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한 877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68% 늘어난 373억달러에 달했다. 반도체는 3개월 연속 300억달러대 수출을 기록했으며, 5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5%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의 배경은 AI 투자 확대다. 이 연구원은 현재 AI 발전 단계가 여전히 성장 초입에 있다고 봤다. 현행 AI는 추론형 AI 수준에 도달했고 일부 에이전트 AI가 실무 적용을 시작한 단계로, 본격적인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진입하기 전까지 AI 투자가 가파르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I 진화는 토큰 소비량 증가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흥국증권은 에이전트 AI가 기존 모델보다 업무에 따른 토큰 소비량을 최대 500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물리적 저장공간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CAPEX) 전망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5개사의 2026년 합산 CAPEX 전망은 6020억달러였으나, 올해 1분기 말 7050억달러, 현재 7600억달러로 올라섰다. 장기적으로는 2028년 1조달러 이상, 2030년 4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구조도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3사 중심의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상위 3사의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기준 90.5%에 달한다. 신규 팹 건설에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중국 업체는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 제한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만큼 공급자 우위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 성장의 수혜는 반도체에서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국내 AI 정책 구체화와 함께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투자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AI데이터센터(AIDC)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데이터센터 건설, 네트워크, 냉각·공조 시스템, 전력 인프라 등 관련 산업 전반에 투자가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지컬 AI도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기회로 제시됐다. 이 연구원은 한국 제조업이 현실 세계의 데이터 수집과 학습, 실제 투입에 필요한 성숙한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제조라인, 차량 데이터, 로봇 하드웨어, 실증 현장, 부품 밸류체인 등을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가 작동할 수 있는 디바이스 레이어에 위치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 리스크도 있다. 금리 상승은 AI 투자 사이클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다. 흥국증권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봤다. 금리 상승으로 외부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질 경우 CAPEX 위축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고, 이는 반도체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12개월 선행 P/E는 7배대 중반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P/E는 5.8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연구원은 “2026년 반도체 기업의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섰지만,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이익 전망 상향이 더 빠르게 전개되며 12개월 선행 P/E는 7.5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의 신뢰 개선 수준에 따라 반도체 기업 밸류에이션 개선과 시장 평균 P/E의 과거 평균 회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10년 평균 P/E 10.3배를 적용할 경우 코스피는 올해 1만 800선대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표=흥국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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