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지배주주만의 몫 아냐”…M&A 제도 개선 논의 본격화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4:11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의 효율적 자원 배분과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M&A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공정하게 반영돼야 자본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합병·조직개편 과정의 공정가치 평가,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나현승 한국증권학회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나현승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M&A 시장에선 인수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만 독점돼 일반주주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했다”며 “이는 기업가치 저하와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수 프리미엄이 모든 주주에게 고르게 나눠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간 합병, 자발적 상장폐지, 소규모 합병 등 기업 조직개편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이 반복돼 왔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나 회장은 “지배권 변동으로 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일반주주의 권익을 세밀하게 보호하고 주주평등 원칙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정비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서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개선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려면 후속 과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원장은 “M&A는 기업의 효율적 자원 배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이지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불투명한 거래 구조, 소수주주 보호 장치 미비 등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대해선 글로벌 기준과 국내 시장 현실 사이의 균형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최근 논의가 활발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문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 설계와 우리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세밀한 균형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오늘 논의가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M&A의 기능을 사업 재편과 경영 견제라는 두 축으로 설명했다. 비효율적인 사업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재배치될 때 산업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영을 잘못하면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장치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권 부위원장은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지배주주만 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에 변화가 생길 때 그 가치는 지배주주만의 것이 아니다”며 “일반주주들도 함께 동일하게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A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공평하게 고려돼야 하는 이유”라며 “지금이 바로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권 부위원장은 최근의 지배구조 개선 흐름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오늘 논의될 M&A 제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차원의 후속 과제도 제시했다. 권 부위원장은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가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M&A 제안이 이뤄질 경우 이를 무조건 적대시하기보다, 매수가격 등에 대한 이사회 검토 의견을 공시해 일반주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합병 등 조직개편 과정의 공정성 강화도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권 부위원장은 특정 시점의 주가가 아니라 공정가치를 적용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외부 전문가 평가와 공시·검증 절차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가치 산정 방식과 분쟁 발생 시 판단 기준은 향후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권 부위원장은 M&A 제도 개선이 시장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도가 아무리 정비돼도 M&A의 순기능을 위축시켜선 본래 목적을 잃게 된다”며 “핵심은 일반주주를 잘 보호하면서도 M&A의 순기능이 살아갈 수 있는 균형점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맡고, 학계·법조계·정책당국·업계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에 참여한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이번 논의를 통해 국내 M&A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일반주주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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