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일반주주와 나눠야"…M&A 의무공개매수 도입 한목소리(종합)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후 07:22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지배주주에게 쏠렸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나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병가액을 공정가액 중심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합병가액 공정화만으로는 일반주주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표자들은 이사회 설명책임과 상장폐지 M&A 규율을 강화하는 한편, 지배권 변동 시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공정가액만으론 부족”…이사회 설명책임 강화해야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주주권익 보호 기반은 강화됐지만, M&A 과정의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후속 장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계열사 간 합병가액을 공정가액 중심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한 만큼,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합병가액을 공정가액 중심으로 바꾸더라도 공정한 가격에 하나의 정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해외 M&A 사례에서도 복수의 평가 방식이 활용되고, 같은 평가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산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특정 산식 자체가 아니라 이사회가 거래 필요성과 가격 산정 근거를 얼마나 충실히 설명하느냐에 있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사회 의견서 공시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래 필요성,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합병 대가와 평가 방식 선택 이유, 합병 이후 지배구조 변화 등을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합병 절차나 가액이 주주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다툴 수 있도록 합병유지청구권, 합병검사인, 손해배상책임 도입도 필요하다고 봤다.

자발적 상장폐지 M&A도 주주보호 사각지대로 꼽혔다.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활용한 상장폐지 사례가 늘고 있지만, 두 제도 모두 상장폐지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지배주주가 유리한 시점과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반면, 소수주주는 상장폐지 이후 유동성 상실 우려로 제시 가격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도 과제로 제시됐다. 최근 6년간 국내 상장회사 합병의 93%가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되면서 인수회사 주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소규모 합병 기준을 정비하고, 회사가 인정하는 공정가격을 먼저 지급한 뒤 법원 결정 이후 차액과 지연이자를 정산하는 사전지급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인수시장 위축론 실체 없어”…의무공개매수 전량 방식 제안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식 전체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공개매수 제의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제도의 핵심 취지를 지배권 변동이 있을 때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을 구현하는 장치라고 봤다.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면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같은 조건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이러한 차별을 줄이고 지배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공유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가 기업 인수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41개국 실증분석 결과 제도 도입 이후 인수시장이 위축됐다는 증거는 없고, 지배권 프리미엄은 낮아진 반면 발동 지분율 이상 거래는 줄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동일 가격의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가 늘어나 전량 인수와 과반 지분 인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김 교수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50%+1주’ 공개매수 방안에 대해 일반주주가 보유 주식 중 일부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분 인수가 계속되면 피라미드 구조와 소유·지배 괴리, 이중상장 문제를 줄이는 효과도 제한된다고 봤다.

김 교수는 대신 잔여 주식 전량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려면 일부 지분만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가 차등 매수를 막기 위해 가격 산정 기간을 12개월로 늘리고, 공개매수로 발행주식 5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를 무효화하는 인수 수락 조건도 필요하다고 봤다.

발동 지분율에 대해서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25%가 적절하다고 봤다. 해외에서는 30% 안팎이 일반적이지만, 국내 주주총회 참석률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30%는 지나치게 높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무공개매수 방식은 주식교환이 아닌 현금 매수로 해야 하며, 최대주주 변경이 없는 경우나 일반주주 동의를 받은 구조조정성 유상증자 등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금융당국도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가 같이 향유할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개선하거나 빨리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M&A가 사업 재편과 경영 견제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경영권 변화로 발생하는 가치는 지배주주만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주주 이익도 공평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일반주주 보호와 M&A 순기능이 함께 작동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