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정KPMG)
국내 기업들의 구조적 취약성도 부각됐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미국·중동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원가 부담이 높고, 전력·가스 등 에너지 요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이 본격화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한 기업들은 수출 시장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저탄소 생산 체계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위기 인식 속에 정부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고서는 두 법의 공통 분모를 사업 재편 촉진과 저탄소·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요약했다. K스틸법은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고도화 등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공공조달 수요 창출을 지원하고, 공정거래법상 특례를 부여해 설비 통폐합·공동구매·공동 감축 등 기업 간 협업을 허용함으로써 산업 재편을 쉽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유화학 특별법도 기업결합(M&A) 심사 기간 단축, 공동행위 특례, 세제·금융 지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공급 과잉을 줄이고 고부가·친환경 분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소재, 재활용·저탄소 공정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핵심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투자와 R&D를 끌어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고서는 특별법이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기업들에게는 치밀한 ‘선제 준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철강 업계는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중심의 생산 체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국가 전력망과 수소 공급망 등 인프라 구축 일정과 자사 투자 계획의 정합성을 맞추는 일이 최대 관건으로 꼽혔다.
막대한 설비 투자를 단행한 뒤 전력·수소 인프라가 제때 따라오지 못하면 가동 차질과 투자비 회수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인프라 로드맵과 투자 계획을 연동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재생철 스크랩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고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춰야 전기로 전환 과정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탄소 철강 시장 선점을 위한 ‘인증 역량’ 강화도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앞으로 공공조달과 글로벌 친환경 시장 진입에서 저탄소 인증 여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생산 공정 전반의 탄소 배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디지털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인증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재편 특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 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M&A 심사 단축이나 공동행위 특례는 기업활력법상 사업 재편 승인 절차를 전제로 하는 만큼, 투자 계획, 자산 매각·통합 방안, 인력 운영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재남 삼정KPMG 제조·공공산업 리더(부대표)는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일회성 지원책이 아니라 국내 철강·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기업들은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각종 특례와 지원을 적극 활용해 사업 재편과 저탄소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