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는 그동안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중동 전쟁 종료 △호르무즈해협 정상 통항 △국제유가 90달러대 진입 등을 제시해왔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8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78.66달러로 전일 대비 1.1%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5.81달러로 1.3% 내렸다.
정부는 다만 최고가격제 종료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단순한 유가 수준보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에 따른 석유 수급 안정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를 해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결국 석유 수급 안정성 때문”이라며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고 향후 공급 회복 가능성이 예측 가능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7차 최고가격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것도 향후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양 실장은 “7차 최고가격을 새로 지정하면 최소 2주 이상 현행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의미가 된다”며 “이번 주말을 전후해 미·이란 MOU 효력 발생이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여부 등 중요한 변화가 예상돼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행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해제하더라도 국내 석유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제도 종료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를 해제하더라도 현재 가격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유사들이 예상하는 시장가격과 최고가격 간 격차가 언제 해소될지도 고려해 해제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 (사진=산업부)
제정안은 손실보전이 원가 보상을 원칙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정유사가 최고가격 적용 대상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원가를 기준으로 지원 규모를 산정하되, 필요시 적정 수준의 마진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보상해 달라는 정유업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실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에는 원유 및 석유제품 구입비, 운송비, 보험료 등 원유도입 비용과 감가상각비, 인건비, 연료비, 국내 유통비 등 생산·판매 비용이 포함된다. 원칙적으로는 각 정유사의 실제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필요할 경우 업계 평균 비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산은 분기 단위로 이뤄진다. 최초 정산 대상기간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다. 정유사는 정산 대상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재정지원을 신청해야 하며, 최대 30일 범위 내에서 신청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손실 규모와 보전 여부는 회계·법률·석유시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심의한다. 산업부는 고시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재 위원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며, 심의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정산이 진행되는 동안 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약 3개월 동안 정유사들의 누적 손실액이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원가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실제 보전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손실보전 재원으로 편성한 예산은 4조 2000억원 규모다.
양 실장은 “정부가 최고가격제 도입 당시 편성한 손실보전 재원 범위 내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유사들의 신청 자료가 제출되면 최고액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