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원스토어]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토종 앱마켓의 자존심이었던 원스토어가 결국 블록체인 게임사에 매각됐다. 매각가는 600억원대다. 10년 전 구글과 애플에 맞서 야심차게 출범한 원스토어는 투자유치를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상장과 매각이 모두 난항을 겪으며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을 바라보며 화려한 기업공개(IPO)를 노리던 몸값은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록체인 게임업체 넥써쓰(205500)는 원스토어를 인수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SK스퀘어(45.78%)를 비롯해 네이버(24.06%), 스틸넘버원제일차(17.02%), 크래프톤(2.17%) 등이 보유한 지분 89.03%(2024만7990주)다. 매각 대금은 626억2703만원으로, 양수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구글·애플 대항마의 탄생…화려했던 전성기
원스토어는 2009년 SK텔레콤의 T스토어 사업부로 출발해 2016년 6월 통신 3사 앱마켓과 통합 출범했다. 기존 통신사 별로 나뉘어 운영되던 T스토어(SK텔레콤), 올레 마켓(KT), U+스토어(LG유플러스) 등 앱마켓과 네이버 앱스토어가 통합되면서 지금의 원스토어가 탄생했다. 당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양대 마켓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힘을 모은 것으로 주목받았다.
출범 초창기에는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호평을 받았다. 기존 구글·애플 앱마켓의 수수료는 30% 수준이었지만 원스토어는 20% 수수료를 제시했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5% 수수료를 적용해주며 개발자와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2017년엔 원스토어 북스를 출범해 웹소설과 웹툰, 전자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20년에는 출범 후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투자유치도 이어졌다. 2019년 키움인베스트먼트와 SK증권 산하 사모펀드 등이 10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 KT·LG유플러스(260억원), 마이크로소프트(MS)·도이치텔레콤(DTCP) 1500만달러(약 168억원) △2023년 크래프톤(200억원) △2024년 디지털터빈(5000만달러·약 660억원) 등 전략적 투자자(SI)의 합류도 잇따랐다.
성장의 정점이던 2022년 원스토어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KB증권과 원스토어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300~4만17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1조111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비교 기업으로 글로벌 빅테크인 알파벳과 애플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원스토어는 고평가 논란에 직면했다.
설상가상으로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증시 위축이 맞물리면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당시 회사를 이끌던 이재환 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철회는 없다”며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원스토어는 상장을 전격 철회하고 말았다. 대규모 공모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이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길어진 엑시트 잔혹사…장기 매물 전락
상장 무산은 원스토어에 치명상을 남겼다. 당초 IPO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기대하고 베팅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처지에 놓였다. 계약에 명시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다가오면서 최대주주인 SK스퀘어(402340)를 향한 자금 회수 압박은 갈수록 거세졌다.
이후 원스토어는 2023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2028년 5월까지 상장을 마치는 조건으로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의 견고한 벽을 깨지 못한 채 국내 점유율이 10% 안팎에서 정체됐고, 대형 게임 유치 실패와 실적 악화가 겹치며 내우외환이 깊어졌다. IB 업계에서는 원스토어를 대표적인 장기 매물로 분류하며 우려를 키웠다.
이번 넥써쓰로의 매각 대금 626억원은 과거 1조원을 웃돌던 목표 몸값에 비하면 참담한 성적표다. 특히 이번 딜의 구조를 보면 완벽한 회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써쓰는 원스토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로 395억원을 조달하는데, 해당 유증에 참여하는 상대방이 SK스퀘어와 네이버, 크래프톤 등 기존 원스토어 주주들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 딜은) 현금을 완전히 회수해 나가는 깔끔한 엑시트로 보기는 어렵다”며 “매각 주주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새 판 짜기에 지분을 섞어 장기적인 회수를 도모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