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도 '반도체 독주'…수익률 상위 21위까지 반도체가 휩쓸어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4:49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한국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ETF 수익률 상위 21개 상품이 모두 반도체 관련 테마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수익률 상위 7개를 휩쓴 데 이어 거래대금과 개인 순매수 상위권도 반도체 테마 ETF가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선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9052.42)보다 62.13포인트(0.69%) 오른 9114.55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66.59)보다 1.81포인트(0.19%) 상승한 968.40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ETF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47.50%)가 차지했다.

수익률 상위 7개 ETF는 모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미래에셋·삼성·신한·한국투자신탁·KB·키움·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관련 상품의 수익률은 37.8~47.5%에 달했다.

◇수익률 상위 21위까지 반도체…ETF 시장도 ‘독식’

반도체 ETF 강세는 SK하이닉스 급등이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236만3000원에서 이날 291만9000원으로 23.5%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와 실적 개선 전망이 이어지면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영향이다.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수익률도 40%대를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제외해도 반도체 ETF 강세는 두드러졌다. 전체 8위이자 일반 ETF 기준 수익률 1위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 ETF였다. 이달 수익률은 33.35%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국내 반도체 공정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 20개 종목에 투자한다.

수익률 상위 21위까지는 모두 반도체 관련 ETF가 이름을 올렸다. 22위에 올라서야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가 19.22%의 수익률로 2차전지 테마가 등장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 ETF는 상위권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셈이다.

상위권에는 국내 상품뿐 아니라 해외 반도체 ETF도 다수 포함됐다. 9위를 기록한 ‘HANARO 미국AI메모리반도체TOP4+’(29.48%)를 비롯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12위), ‘PLUS 글로벌HBM반도체’(13위), ‘TIGER 일본반도체FACTSET’(14위),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18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자금 유입 역시 반도체 ETF에 집중됐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평균 거래대금 기준 상위 5개 ETF는 모두 반도체 테마 상품이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약 4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약 2조3000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약 2조2000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약 1조4000억원,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약 1조2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매수세도 반도체 ETF에 쏠렸다.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로 5196억원이 유입됐다. 2위 역시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2533억원이 순유입됐다.

거래대금과 개인 순매수 상위권까지 반도체 ETF가 휩쓸면서 최근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ETF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선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9052.42)보다 62.13포인트(0.69%) 오른 9114.55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66.59)보다 1.81포인트(0.19%) 상승한 968.40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독주, 당분간 계속된다…당국은 레버리지 상품 두고 “고민 많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반도체 중심의 증시 주도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향후 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마이크론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본 시나리오고, 얼마나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하는지, 기존에 가이던스로 제시한 매출총이익률(GPM) 81%를 달성 혹은 초과할 수 있는지, 차분기 가이던스가 추가 상향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이번 실적 결과가 반도체의 증시 주도력이 한층 강화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6월 들어 16.7% 상승하며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7.3%)와 나스닥지수(2.4%)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가 11.4% 급등하는 과정에서 IT하드웨어(24.9%), 반도체(18.4%), 보험(16.4%) 등 일부 업종만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200은 13.0% 상승했지만 코스피200 동일가중지수는 1.7% 하락했고 코스닥도 6.2% 떨어졌다.

한 연구원은 “이는 현재 코스피에서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쏠림 현상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주 보유자들에게도 주중 최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쏠림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같은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해당 상품이 당초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관련 외국인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환류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크지 않았던 반면 부작용은 예상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홍콩에 있는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외국인 투자를 환류하기 위한 방안으로 했었지만 효과는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부작용은 너무 커졌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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