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만 웃는 M&A 끝내야"…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은

주식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후 07:22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2025년 롯데렌탈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지배주주는 보유 지분을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한 반면, 같은 거래에서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주당 2만9180원에 이뤄졌다. 일반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지 못한 데다 할인된 가격의 신주 발행으로 기존 지분가치까지 희석되는 부담을 떠안았다.

고다이라 류시로(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고다이라 류시로(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코스피 9000에도 남아 있는 저평가의 숙제, 일본 M&A 가이드라인 개정의 시사점과 벤치마크 가능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했음에도 상당수 상장사가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등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으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목하며 일본 사례를 참고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시아 선진시장 총괄 MD는 롯데렌탈 사례를 언급하며 “지배주주는 두 배 훨씬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반면 소액주주들은 이중의 피해를 받았던 것”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에 합류하지 못하고 희석까지 되면 이중의 패널티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규율에 의존해서 M&A와 관련해 공정한 관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왜 한국이 경성 규범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나타내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라도 해외 시장에서는 일반주주 보호 원칙이 적용된 사례도 소개됐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예로 들며 “한국 회사라고 해도 시장이 달라지면 전체 주주에 대한 단일가 인수가 이뤄지고 인수제안의 공시나 이사회의 충실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하만 인수를 발표한 뒤 2017년 3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주당 112달러의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약 8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2023년 경제산업성(METI)이 M&A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며 이사회가 ‘진정성 있는 인수 제안(Bona fide offer)’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후 비우호적 인수 제안에도 기업가치와 주주 공동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관행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다이라 류시로(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는 일본 정부가 최근 M&A 가이드라인을 다시 검토하는 배경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실패했다기보다 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제각각 해석하기 시작해 경제산업성이 해석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은 중요하지만 가격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라며 “기업가치와 주주의 공동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보다 강한 제도적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전 MD는 “우리나라는 아직 이사회에 있어서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 규율 시장만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한국에서는 경성 규범으로서의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해법으로는 △M&A 국면에서 이사회의 행동 기준을 명확히 하는 규범 도입 △인수 제안 공시 제도 정비 △경영권 이전 시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등이 있었다.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시아 선진시장 총괄 MD,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회장, 고다이라 류시로(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사진=김윤정 기자)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남 전 APG자산운용(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시아 선진시장 총괄 MD,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회장, 고다이라 류시로(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사진=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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