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품귀에 복수 지원까지…연기금 인선판 '눈치게임'[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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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전 06:20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올 상반기 연기금·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자본시장 내 운용 전문가 후보군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노란우산공제,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이 새 운용 책임자를 속속 확정한 가운데 최종 후보가 낙점되지 않은 자리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세 곳이다.

문제는 주요 기관의 공모 일정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부 후보가 복수 기관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은 운용 전문성뿐 아니라 지원 진정성과 평판 검증에도 한층 예민해진 분위기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CIO 공개모집에 나선 주요 기관 중 아직 전형이 진행 중인 곳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KIC다. 국민연금은 지난 25일까지 기금이사 서류 접수를 받은 뒤 후보군을 추리는 단계다. 사학연금은 최종 면접 이후 외부 평가기관 평판조회 등을 바탕으로 막바지 내부 검증을 진행 중이다. KIC도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25일 면접 절차를 진행하며 차기 CIO 인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기관들은 이미 인선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수협중앙회는 전범식 전 사학연금 CIO를 신임 자금운용본부장으로 선임했고, 노란우산공제는 노철규 전 한화자산운용 전무를 차기 CIO로 낙점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외부 전문가 공개채용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내부 출신인 강문필 세마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신임 CIO로 임명했다.



이밖에 경찰공제회도 약 2년 8개월간 이어진 CIO 공백을 깨고 강승오 전 신한투자증권 강북영업본부장을 새 운용 책임자로 선임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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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에서는 올해처럼 주요 연기금·공제회 CIO 자리가 한꺼번에 열린 사례가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CIO는 단순 운용역이 아니라 기관의 자산배분, 대체투자 출자, 리스크 관리, 내부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다.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연기금·공제회·보험사·운용사·증권사 등에서 투자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거나, 전통자산과 대체투자 운용을 아우를 수 있는 경력을 갖춘 인사들이 주로 후보로 거론된다.

자리는 여러 개 열렸지만 기관들이 원하는 후보군은 넓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후보가 여러 기관에 동시에 지원하거나 복수 기관의 검증 대상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CIO 기회를 놓치기 아깝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복수 지원이 확인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지원 의지와 장기 근속 가능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평판조회 과정에서도 과거 운용 성과뿐 아니라 조직 장악력, 내부 갈등 여부, 도덕성, 대외 평판 등이 더 촘촘히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한 기관 고위 관계자는 “기회가 한정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여러 기관에 동시에 지원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진정성을 더 살펴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관 입장에서는 후보자의 운용 경력뿐 아니라 실제로 해당 조직을 맡을 의지가 있는지,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까지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인선 절차를 둘러싼 잡음도 먼저 표면화되고 있다. KIC의 경우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 특정 후보의 사전 내정설이 IB업계에 확산되며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KIC CIO 선임은 통상 서류심사와 면접, 운영위원회 심의, 인사검증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면접과 인사검증 이전 단계에서 특정 후보가 사실상 낙점됐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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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전 내정설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유력 후보를 흠집 내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특정 후보 이름이 먼저 거론될 경우, 해당 후보가 실제로 자격과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이미 정해진 인사’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서다. 인선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적격 후보에 대한 평판 검증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은 세 기관의 성격이 각기 다른 점도 후보 검증을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에 걸맞은 글로벌 자산배분과 조직 관리 능력이 핵심이다. 사학연금은 최근 운용 성과 개선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대체투자 조직 보강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KIC는 해외투자 전문성과 글로벌 운용사 네트워크, 외화자산 운용 역량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같은 CIO 자리라도 요구되는 경력과 리더십의 결이 다른 셈이다.

새 CIO 선임은 하반기 기관투자가의 출자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외 주식 비중 조정, 채권 전략, 해외 대체투자 사후관리 등 주요 의사결정이 CIO 체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각 기관이 수익률 방어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어떤 자산배분 기조를 택할 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주요 기관 CIO 인선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후보자와 기관 모두 눈치전이 불가피해졌다”며 “남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KIC 인선 결과가 하반기 큰손 운용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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