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1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정준영 법원장)는 전날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036420),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4개사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허가했다. 그러나 유동화 차입금 206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던 JTBC에 대해서는 오는 30일까지 결정을 보류하고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0 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했다.
이같은 차별적 처분을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법원 개입으로도 JTBC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실상 공을 회사와 채권단에 넘겼다거나, 과거 회생 신청 즉시 개시 결정이 내려졌던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JTBC의 잔여 현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지주사가 JTBC만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번졌다.
그러나 회생절차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개시 결정 단계에서는 청산가치나 현금 유무를 단정할 수 없으며, 이번 보류는 JTBC에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법적인 생존 울타리를 쳐준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방송사 특수성 감안한 법원의 투트랙 설계
법원이 JTBC의 회생 절차를 보류한 핵심 배경으로는 방송사라는 업종 특수성이 꼽힌다. 방송사는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달리 면허·편성권 등 인허가 기반 자산 가치가 회생 절차 개시 사실 자체로 흔들릴 수 있는 업종이다. 회생절차 개시가 공식화되면 광고주가 대거 이탈하고 콘텐츠 제작 파트너들과의 계약이 무너지며 기업의 영업 가치가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
ARS 프로그램을 개시한 것 역시 애초에 JTBC만 회생 신청과 함께 ARS를 함께 신청한 결과로 풀이된다. 법원이 강제적 절차인 회생으로 직행하는 대신 ARS를 통해 정상적으로 방송 사업을 운영하면서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실제 법원은 ARS 승인과 별개로 JTBC의 가치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JTBC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경위와 재산가액,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등을 평가 중이다. 아직 해당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법원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해 한 달의 유예기간을 줬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회생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의도적으로 JTBC만 봐준 게 아니라 회사가 신청한대로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며 “ARS는 채무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등 4개 계열사에 대해 법원이 곧바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건 지배구조 윗단을 차단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들은 계열사 간 자금 대여와 채무보증이 중첩돼있는 상태다. 한 곳의 자금 유출이나 자산 처분이 다른 계열사 채권자들의 권리를 동시 침해할 수 있다. 법원으로서는 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포괄적 금지명령과 자산 동결로 자금을 묶어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그룹 자구책 속도…JTBC 독자생존 가능할까
법원이 JTBC에 부여한 유예 기간은 한 달이다. 신청이나 직권으로 연장이 가능하고 원칙적인 전체 보류 기간은 최대 3개월이지만,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이 기간동안 JTBC는 주요 금융채권자들과 채무 구조조정을 협의해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중앙그룹은 중앙일보빌딩 등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앙일보 경영권 지분, SLL중앙의 경영권 지분 등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자산 유동화가 가시화되면 JTBC의 채무 구조조정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달이라는 기간 안에 그룹 차원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법무법인 한수의 이민규 대표 변호사는 "법정관리 아니면 폐업이라는 이분법은 사실과 다르다"며 "채권자가 적은 중소기업·자영업자일수록 오히려 자율 협의로 빠르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