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본부 앞 유럽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가 하락, 유럽 경기민감주에 훈풍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가계 구매력과 기업 마진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STOXX)600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재·화학·여행·은행·명품 등 경기에 민감한 섹터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인베스코의 안드라스 비그 투자전략가는 “유가 하락은 유럽에 대한 투자 논리를 강화한다. 특히 미국처럼 에너지 수출국인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과 기술주에 덜 쏠린 시장 구조가 분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 기준 STOXX 지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26% 할인된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유럽 ETF 10주만에 순유입…그래도 자금은 美로
모닝스타 추정치에 따르면 유럽 상장지수펀드(ETF)는 6월19일까지 한 주간 약 15억 달러(약 2조3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10주 연속 순유출 이후 첫 반전이다. 같은 기간 미국 ETF에는 560억 달러(약 86조9500억원)가 유입되며 강한 유입세가 이어졌다.
바클레이즈는 유럽에 대한 약세(bearish) 전망을 철회했고, 다른 투자은행들도 유럽 지역 증시 목표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노르데아의 헤르타 알라바 수석전략가는 “유럽이 이제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 자금 유입을 “지속 가능한 자산 재배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실적 격차는 여전”…신중론 다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미국이 앞선다. LSEG 데이터 기준 S&P500의 올해 실적 성장률 전망치는 24.5%로, 유럽 STOXX 지수(14.3%)를 크게 웃돈다. 내년 전망치도 미국 18.1%, 유럽 11.9%로 격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UBS의 게리 파울러 전략가는 “지정학적 꼬리 위험 완화는 지속적인 강세 요인이라기보다 일회성 수준 이동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픽텟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전략가도 “유럽에 대규모로 베팅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독일의 인프라·국방 지출이 실제 수주 실적과 데이터로 확인돼야 광범위한 자금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드몽드로칠드의 나빌 밀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요 부진과 중국발 경쟁, 더딘 재정정책 파급 효과 등을 구조적 과제로 꼽으며 “주당순이익(EPS)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회사는 지난달 유럽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상향했지만, 더 강한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AI 사이클의 핵심 수혜국인 미국과 신흥시장 비중은 유지하기로 했다.
결국 유가 하락에 따른 유럽 증시의 단기 반등이 실제 성장률과 실적으로 뒷받침될지가 관건이다. 독일의 재정 부양책이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미국 AI 사이클의 지속력이 꺾이지 않는지가 향후 자금 흐름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퍼미안 분지 유전지대에서 펌프잭이 원유 저장시설 주변에서 가동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