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 "삼전닉스 대규모 투자, 끝의 시작"…AI 관련주 공매도 확대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전 09:5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 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숏) 베팅을 대폭 늘렸다.

마이클 버리.(사진=뉴스1)
마이클 버리.(사진=뉴스1)
버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서브스택에 테슬라, 캐터필러,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SOXX)에 대한 새로운 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기존에 보유하던 엔비디아 숏 포지션도 늘렸다.

버리는 이 같은 베팅의 배경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지목했다. 그는 “오늘 랠리의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며 “나는 이것을 ‘끝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이라고 본다”고 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000억달러(약 776조2500억원)를 훌쩍 넘는 규모의 반도체 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국 매체들은 이를 800조원 규모, 광주 등 서남권에 신규 공장 4기를 짓는 계획으로 구체화해 보도했다.

◇캐터필러 첫 공매도…“현재 주가, 실제 사업과 안 맞아”

버리는 이번에 캐터필러를 처음으로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1060.98달러에 숏 포지션을 잡았다고 공개했으며, 캐터필러 주가는 6월 30일 사상 최고가(1064.90달러)를 찍은 뒤 7월 1일 7% 가까이 밀렸다. 캐터필러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중장비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반도체주와 유사하게 움직여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버리는 “캐터필러는 과거 롱(매수) 포지션으로는 항상 좋은 성과를 안겨준 종목이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숏 포지션에 스스로도 다소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 수준이) 실제 사업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며 숏 포지션의 근거를 밝혔다. 캐터필러 주가는 최근 12개월 동안 150% 이상 상승했다.

◇SOXX 풋옵션 만기 3월로 연장…행사가는 400달러대로

버리는 반도체 ETF SOXX에 대한 하락 베팅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건을 바꿨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는 만기를 기존 2027년 1월에서 2027년 3월로 연장하고, 행사가격은 300달러대 초중반에서 400달러대 초중반으로 높였다. WSJ는 이 베팅이 SOXX가 고점 대비 3분의 1가량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SOXX는 지난해 4월 저점(약 160달러) 대비 4배 가까이 올라 현재 64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6개월 새에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버리는 SOXX가 추종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괴리된 수준(닷컴버블 이후 처음)이라고 짚으며 “SOXX 자체가 순수한 형태의 지수 과대평가”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 2분기에만 88%, 상반기 전체로는 101% 급등해 사상 최고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진=AFP)
(사진=AFP)
◇공매도 공개 후 반도체·인프라주 일제히 하락

버리의 공매도 공개 다음 날인 1일 뉴욕 증시에서 관련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상승폭이 150%에 달하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11% 넘게 밀렸고, 올해 두 배 상승했던 SOXX는 6% 넘게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장중 3.3% 밀렸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테슬라는 하락 종목에서 예외였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발표 직후에는 오히려 반도체 장비주가 랠리를 펼친 바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버리는 이 랠리에 대해 “이미 파라볼릭(수직 상승) 상태이던 반도체 장비주를 더 밀어 올렸을 뿐”이라며 “그 업계에 있는 제 친구들은 그저 고개를 젓고 웃고 있다”고 냉소했다.

◇엔비디아·팔란티어 공매도는 ‘현재진행형’

버리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2027년까지의 하락 베팅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구조가 닷컴버블과 유사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고, 팔란티어에 대해서는 정부 계약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재무 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고,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는 방송 인터뷰에서 버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버리가 처음 공매도를 공개한 날보다 약 5% 낮은 수준이고, 팔란티어는 같은 기간 약 40% 하락해 상대적으로 버리의 예측에 더 가깝게 움직였다.

버리의 이번 베팅은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낙관이 정점을 지났다는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WSJ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스로픽의 신형 모델 출시에 개입했던 점,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AI 이용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가형 옵션을 내놓기 시작한 점을 업계를 둘러싼 불안 요인으로 함께 짚었다.

(사진=AFP)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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