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칼럼]'드러누워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후 07:31

[이데일리 이정훈 논설실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급하게 준비했던 것이 맞다. 적절한 상품인지 출시할 때부터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 때 드러누웠어야 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국내 증시 대표지수가 하루에 7~8%씩 오르내리는 게 낮설지 않을 정도의 증시 상황을 ‘과열’을 넘어 ‘투기’나 ‘도박’으로까지 불리게 만든 주범으로 꼽히는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고백이었다. 그의 발언을 통해, 레버리지 상품 허용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경고가 묻혀 버렸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애초 원·달러 환율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잘못됐고, 국내 증시 분위기나 우리 투자자들의 성향에 대한 냉철한 진단도 부족했다는 게 본질적인 패착이었다.

올해 초 홍콩 자산운용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홍콩에 상장시켜 자금을 끌어모으자, 금융당국은 국내 자금 유출을 차단함으로써 환율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나중에 수치를 확인해보니 당시 홍콩에 상장된 두 종목의 레버리지 상품에 유입된 11조원 정도의 자금 중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까지 건너가 투자한 돈은 500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치솟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었던 당국이, 잘못된 진단을 토대로 투기성 강한 레버리지 상품을 성급하게 내놓은 셈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시장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대형 반도체주 쏠림이 극심한 상황이었는데, 이들 두 종목에 대해서만 레버리지 상품을 내놓겠다는 결정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일찌감치 두 종목에 올라타지 못해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 하는 포모(FOMO) 공포에 가득찼던 개인투자자들은 한순간에 수익을 따라잡고자, 위험성을 알고도 레버리지로 뛰어 들었다.

상품 출시 한 달도 안돼 이들 레버리지 ETF에 14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몰렸고, 잇딴 이란 종전 합의 불발과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기술주 과열 우려 등으로 반도체주 주가가 널뛰기 양상을 보이자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도 수십조원에 달했다.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기본예탁금 상향 조정과 투자자 사전교육 강화, 신용거래 제한은 물론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금지하거나 시가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신규 판매를 제한하는 총량 규제 도입까지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고 한다. ‘저비용 장기투자’ 수단이라는 ETF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다만 신규 상장 금지나 총량 규제 등에는 신중함을 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 부작용이 두려워 애초에 레버리지가 큰 상품을 ‘드러누워 막는’ 식으로만 대응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2배, 2.5배, 3배 등으로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투자할 수 있고 레버리지 ETF가 아니어도 만기가 당일인 제로데이옵션(0DTE) 같은 상품도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 가상자산 거래소로 가면 반도체 3배 레버리지에 최대 50배까지 무기한 선물 계약을 더해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리처럼 과도한 투기 쏠림은 없다.

반면 그동안 우리는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접근 자체를 제한해왔다. 그러다 단 두 종목에 대해서만 두 배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하니 일거에 투기성 자금이 몰렸다.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제공하면서도 사전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메리트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도 도입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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