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의 인수합병(M&A)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 모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APAC) 부동산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업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공동 투자나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른 방식의 파트너십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힐하우스·이지스, 日 멀티패밀리 투자 '접점'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이하 힐하우스)의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거래 무산은 양사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사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APAC) 주거(멀티패밀리)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업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멀티패밀리는 하나의 건물이나 단지 내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의미한다. 주로 단지당 100~300가구로 구성되며, 전문 관리회사가 피트니스센터, 라운지 등 고급 편의시설을 함께 운영해 중산층 이상의 임차인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멀티패밀리는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자산군 중 하나로, 오피스 시장 대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힐하우스는 지난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해 라바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라바 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일본 주거·호텔 개발회사 샘티 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주거·라이프스타일 운용 플랫폼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라바 파트너스는 힐하우스 파트너이자 실물자산 투자 전문가인 조 개그넌(아래 사진)이 이끌고 있다. 그는 라바 파트너스 공동 대표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실물자산·부동산 투자 플랫폼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 전에는 GE 리얼에스테이트 도쿄에서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로 근무하며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 시장과 네트워크를 지속하면서 투자 기회를 발굴해 왔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자회사 이지스아시아 등을 통해 일본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3월 일본 도쿄 소재 임대주택(오토리이, 가메아리, 료고쿠) 3개 동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설정해서 운용하고 있다. 당시 법무법인 율촌이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은 아시아 지역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초 일본 현지법인 이지스재팬 설립을 완료했다.
또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일본 금융회사 SBI그룹의 부동산 자회사인 SBI토자이리얼티 어드바이저스와 일본 멀티패밀리(임대주택) 시장에 공동 투자하고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亞 부동산시장 '프로젝트 협업' 가능성 상존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향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공동 펀드를 조성하거나 현지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의 프로젝트성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는) 협력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다.
앞서 힐하우스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 뒤 일본 샘티를 인수 주체로 내세워 거래를 추진했었다.
샘티홀딩스 최고경영자(CEO) 오가와 야스히로 (사진=샘티홀딩스)
실제로 라바 파트너스는 일본에서 현지 부동산 운용사인 이스트게이트 그룹과 공동 GP 방식으로 대규모 호스피탈리티 펀드를 조성했다. 작년 7월 말 설립된 첫 호텔 전용 펀드는 명칭이 '이스트게이트-샘티 호스피탈리티 펀드 I'며, 580억엔(5373억원) 규모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일본 미쓰비시지쇼, 후릭(Hulic) 등 현지 주요 회사들과 자산 단위 JV를 구성해 투자 실적을 쌓았다.
예컨대 라바 파트너스의 로지캡은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미쓰비시지쇼와 장기 JV를 설립하고 인도 델리 수도권(NCR) 일대의 대규모 물류 및 산업용 인프라 자산을 공동 개발하기로 지난 2024년 확약했다. 로지캡 매니지먼트는 라바 파트너스의 인도 물류·디지털 인프라 전문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일본 디벨로퍼 후릭(Hulic)은 로지캡의 인도 푸네 및 체나이 지역 물류자산 포트폴리오에 지난 1월 지분 투자를 하면서 자산 단위 JV를 구성했다. 이는 후릭이 인도 산업용부동산에 처음 투자한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협업 모델을 감안하면 향후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라바 파트너스가 공동 GP나 전략적 JV 파트너로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성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 무산의 배경도 단순한 가격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액 1조1000억원은 힐하우스가 제시한 가격이었고, 자금 조달 역시 해당 조건에 맞춰 진행되고 있었다는 게 이지스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결국 힐하우스는 최대주주 변경 승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변경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통상 금융회사 M&A 거래 종결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심사 과정에서는 인수 주체의 적합성, 법적 분쟁 및 형사 사건 진행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밸류에이션보다는 인허가 불확실성이 더 큰 변수였다"며 "M&A는 무산됐지만 두 회사가 아시아 시장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단위 협력은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