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612.40포인트(7.57%) 내린 7475.94에 마감했다. 지난 10일엔 기관 매수에 힘입어 2.52% 반등했지만 주간 낙폭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005930)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고점론이 부각된 데다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 물량까지 겹치면서 서킷브레이커와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하는 급등락 장세가 펼쳐졌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184.03p(2.52%) 오른 7475.94로 마감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시장의 시선은 다시 반도체로 향할 전망이다. 오는 15일 ASML을 시작으로 16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잇따라 공개된다. 실적 숫자 자체보다 ASML의 수주 잔고와 가이던스, TSMC의 AI·고성능컴퓨팅 수요와 설비투자 계획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최근 불거진 ‘반도체 고점론’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 급락에도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전주보다 24조원 넘게 상향됐고, 증가분 대부분은 IT·반도체에 집중됐다. 아직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축소나 HBM 장기계약 감소, 서버용 D램 가격 상승세 둔화 등 이익 전망을 꺾을 만한 신호도 뚜렷하지 않다.
ASML과 TSMC가 견조한 수요와 설비투자 계획을 재확인한다면 최근 불거진 반도체 고점론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반면 주문 둔화나 보수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될 경우 AI 투자 사이클의 정점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국내 반도체주와 지수 전반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반도체 실적 증가율의 정점 통과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매물 소화를 위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로 6900~7900선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세적인 재상승을 위해선 이익 전망치 상향과 AI 수요 지속, 빅테크 설비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CPI·금통위, 반등의 불씨 될까
물가와 통화정책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다. 14일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의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가 예정돼 있다. 15일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고, 16일엔 미국 소매판매와 한국은행 금통위가 열린다.
시장은 미국 CPI가 최근의 물가 상승 압력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하면 금리 인상 우려와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안도감이 유입될 수 있다. 반면 중동 긴장과 유가 상승 여파로 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미국 국채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며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선 한국은행의 정책 판단이 관심사다. 시장은 기준금리 결정 자체뿐 아니라 물가와 환율 불안에 대한 한국은행의 인식,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언급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화 약세와 높은 물가 압력이 이어진 만큼 매파적인 메시지가 나올 경우 성장주와 고평가 업종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시즌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금융회사가 먼저 실적을 내놓는다. 금융 규제 완화와 견조한 소비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기의 체력과 글로벌 위험선호 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가격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지수 하단을 지지할 요인이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17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6.27배를 밑돌았다. 주가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했지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는 오히려 높아지며 주가와 펀더멘털의 간극이 벌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요 지지선을 하회한 만큼 추세 반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작은 호재에도 지수가 빠르게 되돌아설 수 있는 구간”이라며 “멀지 않은 시점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7000선 이탈은 언더슈팅 국면으로 보고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 매수와 매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매력만으로 곧바로 상승 추세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시장은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줄어드는 가운데 장중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스닥은 개인 거래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매수 기반이 약해져 작은 매물에도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강세장의 흐름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급등일과 급락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한쪽으로 쏠릴 경우 지수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공개되는 이달 말까지는 급등락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단기 반등을 추격하기보다 실적과 수급을 확인하며 분할 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익 전망이 상향되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우선 관심 업종으로 꼽힌다. 자동차와 산업재 등 비반도체 수출주도 낮아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경우 순환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