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락에 코스피 11%↓…엔터·은행주로 번진 순환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12일, 오전 10:0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반도체 대형주가 주춤하면서 코스피가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엔터테인먼트·레저와 은행주가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중소형주와 일부 내수·경기방어 업종은 오히려 상승했다. 반도체에 집중됐던 증시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와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11.80%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4.67%, 17.74% 내리면서 두 종목이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지수도 16.17% 떨어졌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52.62%에 달한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184.03p(2.52%) 오른 7475.94로 마감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전장보다 184.03p(2.52%) 오른 7475.94로 마감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투톱’의 조정은 초대형주 중심의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50 지수는 13.50%,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2.50%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는 2.69% 내리는 데 그쳤고, 소형주는 오히려 0.79% 상승해 규모별로 뚜렷한 차별화가 나타났다.

코스피200 구성 종목과 나머지 종목 사이의 격차도 컸다. 코스피200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같은 기간 2.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반이 일제히 무너졌다기보다 반도체를 비롯한 초대형주의 급락이 지수 낙폭을 키운 셈이다.

반도체와 달리 엔터테인먼트·레저 종목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오락·문화 지수는 이달 들어 7.78% 올라 코스피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지수에는 연예기획사 하이브(352820)를 비롯해 강원랜드(035250)와 GKL(114090) 등 카지노·레저 종목이 포함돼 있다.

종목별로는 하이브가 같은 기간 14.78% 급등했고 강원랜드와 GKL도 각각 2.17%, 0.29% 올랐다. 반도체 대형주에서 빠져나온 투자자의 시선이 실적 개선 기대나 개별 성장 동력을 갖춘 엔터·레저 종목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주에서는 은행지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200 금융 지수는 이달 들어 6.90% 상승했다. KB금융(105560)이 15.97% 오른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055550)(13.99%), 하나금융지주(086790)(12.13%), 우리금융지주(316140)(8.45%)가 나란히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금융주 전체가 고르게 오른 것은 아니다. 코스피 금융 지수는 3.89% 하락했고 보험 지수도 6.66% 내렸다. 증권 지수는 1.01% 상승하는 데 그쳐 업종 전반의 강세보다는 은행지주와 일부 증권사에 매수세가 선별적으로 유입된 흐름에 가까웠다.

반도체 밖의 상승 흐름은 다른 업종에서도 확인됐다. 섬유·의류 지수는 3.48% 오른 가운데 영원무역(111770)과 한세실업(105630)이 각각 19.83%, 12.35% 상승했다. 운송·창고 지수도 3.24% 올랐고 팬오션(028670)과 HMM(011200)은 각각 10.88%, 6.07% 강세를 나타냈다.

음식료·담배 지수는 3.06%, 통신 지수는 2.08% 상승했다. 농심(004370)과 오리온(271560), CJ제일제당(097950)이 각각 6.11%, 3.94%, 3.19% 올랐고,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도 6.86%, 2.46% 상승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실적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부담을 갖춘 종목은 차별화된 흐름을 이어갔다.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그래픽=챗GPT 생성 이미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일변도의 시장에서 벗어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갖춘 업종으로 관심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고점 우려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코스피가 하락했지만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도 8.3배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며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보다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관심 업종으로는 반도체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증권, 화장품, 유통 등을 제시했다.

비IT 제조업의 경기 흐름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T와 비IT의 격차가 상반기를 정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계류 내수 출하와 민간 기계 수주의 회복, 반도체 장비를 제외한 자본재 수입 증가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임 연구원은 “IT에 성장이 집중된 ‘K자형’ 경제에서는 수요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고 반도체 비중이 높은 증시도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IT 업종의 반등은 국내 경기와 주식시장의 반도체 편중을 덜어낼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 시즌은 최근의 업종 확산이 이어질지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뿐 아니라 비반도체 업종과 수출주에서도 실적 호조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2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4.1%로, 1분기 4.5%보다 크게 높아졌다.

비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점도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실제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 경우 주가 반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시즌이 코스피 분위기 반전과 업종별 순환매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의 흐름을 반도체에서 비반도체로의 주도주 교체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코스피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지난주 24조 2000억원 상향된 가운데 IT 업종의 증가분이 23조 1000억원을 차지했다. 주가는 급락했지만 이익 전망의 중심축은 여전히 반도체와 IT에 있다는 의미다.

결국 비반도체 업종의 상승은 반도체의 주도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과도한 쏠림을 완화하는 과정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시즌에서 은행과 소비재뿐 아니라 산업재·수출주의 이익 회복까지 확인된다면 반도체가 쉬어가는 동안 순환매의 폭도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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