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 36조로 키운 송하중 “약속 지켰지만 아직 할 일 남았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전 10:28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김연지 기자] 2023년 7월, 취임 일성으로 ‘사학연금의 다음 50년 기틀 마련’과 ‘임기 내 두 자릿수 수익률 달성’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시장의 시선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송하중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증식을 통한 재정 안정화라는 최우선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그 약속을 증명해 냈다.

그의 다짐은 또렷한 숫자로 입증됐다. 사학연금은 2023년 13.46%, 2024년 11.63%, 2025년 18.93%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금융자산 운용 규모 역시 2023년 21조5636억원에서 올해 5월 말 기준 35조9841억원으로 훌쩍 불어났다.

사학연금 역사에 가장 완벽한 '교과서'를 남기고 떠난다 해도 과하지 않을 성적표다. 재임 중 기관평가에서 '탁월·A' 등급 릴레이를 이어가며 기금운용과 기관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냈기 때문이다. 이토록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는 조직을 품어낸 포용력이 자리하고 있다. 3년의 궤적을 함께한 내부 구성원들이 송 이사장의 리더십을 성과제일주의가 아닌 '따뜻함'으로 기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그에게 지난 3년의 소회를 묻자 “인생 후반부의 자부심으로 남을 시간”이라는 묵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송 이사장은 “쉽지 않은 지향점이었지만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했으니 기대한 목표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교직원들의 경제적 안정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눈부신 성과 앞에서도 그는 “장기적인 계획에 기반해 전문성을 발휘한 전체 임직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공을 조직원들에게 돌렸다.



◇기금 36조 고지로 이끈 수장…단단해진 사학연금 운용체질

송 이사장 임기 중 사학연금의 변화는 기금 규모 확대에 그치지 않았다. 기금이 커지면서 위험과 변동성에 대응할 기초 체력이 생겼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의 폭도 넓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국내 주식 운용 규정 개정이다. 사학연금은 특정 종목을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과감히 손질했다.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랠리에서 기민하게 수익을 챙기기 위한 승부수였다.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비중 역시 기존 4대6에서 5대5로 조정해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내부 운용의 기동력을 끌어올렸다.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SAA)도 정교하게 다듬었다. 2025년 제6차 재정재계산 결과를 반영해 '2026~2031년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안'을 도출하며 국내 주식 비중을 기존 대비 1%포인트 늘리고 변동 허용 범위를 2%포인트 확대했다. 송 이사장은 “재정수지 역전 국면에 대응한 전략적 운용이 수익성 제고에 큰 기여를 했고 향후 연금기금의 지속가능성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혁신은 화려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사학연금은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에서 5년 연속 최고 등급인 ‘탁월’을, 교육부 기타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도 3년 연속 A등급을 거머쥐었다. 기금운용의 핵심으로 '전문성'을, 기관 경영의 우선순위로 '효율화'를 꼽은 그는 기금성과평가파트 신설, 자산군별 전문 운용역 전진 배치, 조직 슬림화 및 디지털·AI 전환을 잇달아 일궈냈다.
사학연금 송하중 이사장(사진=사학연금 제공)
사학연금 송하중 이사장(사진=사학연금 제공)




◇“연금은 수급액만이 전부 아냐”…가입자 체감도 끌어올려야

송 이사장이 임기 막바지에 새롭게 꺼내 든 화두는 ‘가입자가 체감하는 효능감’이다. 사학연금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퇴직 후 주어지는 수급액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론이다. 복지사업을 통해 재직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혜택을 환원해야 하지만, 현행 구조상 눈부신 운용 성과를 가입자 복지로 직결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송 이사장은 “사학연금기금이 연금가입자에게 복지사업을 통해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는데, 운용 성과의 1%, 아니 0.01%도 가입자를 위한 사업에 쓰기 어렵다”며 “연금 납부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연금 개혁의 본질이 단순한 보험료율 인상이나 급여 구조조정에 국한돼선 안 된다는 뼈있는 지적이다. 가입자가 재직 중에도 제도의 온기를 체감하고, 퇴직 후 급여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가질 때 비로소 제도의 영속성이 담보된다는 철학이 묻어난다. 앞선 성과가 기금의 '숫자'를 불렸다면, 다음 스텝은 그 과실을 가입자의 '체감'으로 잇는 셈이다.



◇사학연금 고갈 시계 2047년…“고수익 낙관 금물, 지속가능성에 방점”

역대급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학연금 재정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무거운 과제다. 2025년 제6차 재정재계산 결과 사학연금의 기금고갈 시점은 2047년으로 전망됐다. 최근 급격한 수급자 증가로 연금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높은 기금운용수익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재정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학연금의 올해 전반기 현재 운용수익은 약 7조원을 웃돈다. 연말까지 운용수익률이 20%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기금소진 시점이 2051년 이후로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송 이사장은 장밋빛 전망에 취하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현재와 같은 높은 운용수익률이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기금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재정 안정화를 추진하기에 보다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지만,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학연금은 한국재정학회와 손잡고 재정 안정화 방안을 찾기 위한 정책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송 이사장이 강조한 개혁의 대원칙은 ‘지속가능성’과 ‘신뢰성’이다. 그는 “연금제도는 단순한 재정제도가 아니라 세대 간 약속”이라며 “현재 가입자의 권익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근시안적 개혁은 장기적인 뼈대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학령인구 감소·폐교 직격탄…사학연금만의 '구조적 변수'

사학연금은 다른 공적연금과 다른 특수성을 안고 있다. 교육 환경 변화의 파고를 최전선에서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잇따른 폐교는 가입자 기반 약화로 직결된다. 송 이사장은 이를 “다른 연금제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학연금만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공단은 폐교 등으로 조기 지급되는 연금의 지급 구조를 개선하는 사학연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를 지원해왔고, 현재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난 교직원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안전망 구축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송 이사장이 구직지원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 안정화와 교직원 보호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만 반쪽짜리 개혁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임 이사장과 차기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을 향한 당부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송 이사장은 “국가적으로 연금기금의 지속성은 중장기적 차원의 핵심 과제”라며 “장기적인 기금운용 지향점을 전제로 중장기 전략에 기반한 목표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체계적인 운용 프로세스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인력 충원을 통한 전문성 제고, 그리고 유연한 조직 문화 형성을 주문했다.

사학연금 송하중 이사장(사진=사학연금 제공)
사학연금 송하중 이사장(사진=사학연금 제공)




◇'교과서' 남기고 떠나는 덕장(德將)…"다음 50년을 응원한다"

3년의 궤적을 함께한 내부 구성원들은 송 이사장의 리더십을 ‘따뜻함’으로 기억한다. 한 사학연금 임원은 “공공기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준 분”이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람과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리더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송 이사장 재임 기간 사학연금 내부 분위기가 유독 따뜻했다”고 전했다.

송 이사장은 마지막까지 현장의 직원들을 챙겼다. 그는 “지난 3년간 사학연금공단이 여러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임직원들 덕분”이라며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공을 돌렸다.

가입자와 수급자를 향한 든든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사학연금공단 임직원은 교직원의 경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학연금 가입자와 수급자 여러분께 공단이 든든한 노후의 동반자가 될 것임을 약속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관 운영의 '정석'을 입증하고 떠나는 그의 마지막 시선은 다시 사학연금의 다음 50년을 향해 있었다. “사학연금이 미래를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기관으로 언제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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