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국부펀드를 새로 설립하는 대신 기존 국부펀드인 KIC가 국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제도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첫 투자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IC '국내 원화 투자' 법적 근거 마련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형 국부펀드를 독립 기관으로 출범시키는 대신 KIC 내 별도의 '국내 전략계정'을 설치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KIC의 기존 해외 외화자산 운용 기능은 유지하면서 국내 산업 투자 기능을 별도 계정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행 한국투자공사법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KIC는 정부, 한국은행 및 기금관리주체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한 같은 법 제31조 제5항을 보면 KIC가 예외적으로 원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할 경우 해당 자산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국공채를 매입하는 등 안정적·중립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앞으로 국내 투자까지 가능하도록 개정될 예정이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KIC는 해외 운용계정과 별도로 국내 전략계정을 설치해 원화 자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배당금과 정부 출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목상 자본금은 20조원 규모지만, 실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충분하지 않아서 정부의 추가 출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한국형 국부펀드 관련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드머니(초기 투자 자금)는 공기업 배당금을 기준으로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공기업 배당 기준 6000억원 자금 필요
KIC는 정부 배당을 지급하는 공공기관으로, 당기 이익금에 기초해서 출자자에 대한 배분을 결정한다.
KIC 2025 국문 연차보고서에서 현금흐름표를 보면 작년 한 해 현금배당으로 유출된 자금은 1138억2879만원 규모다. 1년 전인 2024년 당시 현금배당(943억8307만원)보다 20.6% 증가한 액수다.
최근 몇 년간 '세수 펑크'가 반복된 상황에서, 정부는 공기업과 국부펀드에 적극적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2026년 정부배당수입 현황 (왼쪽부터 배당성향, 정부배당(전체), 일반회계, 특별회계·기금 순) (자료=재정경제부)
KIC의 배당성향은 80%로, 대한송유관공사(90%) 다음으로 높다. 정부출자기관의 평균 배당성향(40.90%)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시장에서는 KIC가 국내 전략계정을 확보할 경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자산 운용기관이었던 KIC가 국내 전략산업 투자기관으로까지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다만 실제 투자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과 조직 신설, 투자 체계 구축, 운용 기준 마련 등 제도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첫 투자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IC가 국내 투자를 하려면 한국투자공사법 개정과 추가 재원 확보, 투자 조직 신설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한국형 테마섹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IC가 해외 투자에 적용했던 글로벌 스탠다드(기준)를 국내 투자에도 적용할 것인 만큼 국내 자본시장 수준도 같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