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테마섹' 키울 KIC…'본사는 서울' 명문화 힘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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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후 05:28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를 '한국형 테마섹'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KIC 본점 소재지를 법률에 '서울'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형 테마섹이 현실화되면 KIC는 해외 자산운용 뿐 아니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등 국가 전략산업 투자까지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된다.

다만 KIC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다수 전문인력 이탈, 대체투자 정보 획득 난항으로 조직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KIC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로 명문화해 지방 이전 논란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 테마섹' 키울 KIC…'본사는 서울' 명문화 힘받는 이유


지방 이전시 '전문인력 이탈'…해외 접근성 하락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KIC에 별도 '국내 전략계정'을 신설해 해외 투자 뿐 아니라 국내 전략산업 투자까지 맡기는 방향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KIC의 기존 해외 외화자산 운용 기능은 유지하면서 국내 산업 투자 기능을 별도 계정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행 한국투자공사법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KIC는 정부, 한국은행 및 기금관리주체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앞으로 국내 투자까지 가능하도록 개정될 예정이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KIC는 해외 운용계정과 별도로 국내 전략계정을 설치해 원화 자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맞춰 KIC의 본점 소재지도 '서울'이라고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행 한국투자공사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공사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서울을 명시하지 않아 정부 정책에 따라 본점 이전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올 하반기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KIC가 전북 전주 등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는 KIC의 지방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문제로 '전문인력 이탈'을 꼽는다. 글로벌 국부펀드 운용 경쟁력은 투자 전문인력 확보에 달려 있는 만큼 서울 금융권을 떠날 경우 핵심 운용역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테마섹이 현실화되면 KIC는 해외 자산운용 뿐 아니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등 국가 전략산업 투자까지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정부 부처, 민간 투자기관과의 협업이 빈번해지는 만큼 KIC가 서울을 벗어날 경우 업무 효율성과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곧 KIC의 투자 성과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기획재정부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자료=기획재정부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국민연금 지방 이전 부작용…해외대체 수익률↓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도 KIC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이 크다는 우려를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앞서 송주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은 한국투자공사 전주 이전을 위해 발의됐었던 법안(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KIC 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기관 간 교류를 위해서는 수도에 소재할 필요가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고서는 “KIC는 해외투자 전문기관으로 지속적 국부창출 및 국내 금융산업 발전 기여라는 설립목적 달성의 제약, 업무상 비효율 발생 및 국가 경쟁력 저하 등으로 지방이전에 따른 손실이 크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연구도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싣는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방이전이 기금운용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연기금의 지방 이전은 해외 대체투자 분야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방이전이 기금운용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방이전이 기금운용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
이 논문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방(전주) 이전이 확정된 2015년을 기준으로 전후 성과를 비교한 결과 해외 대체투자 부문의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9.5%포인트(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대체투자는 공개 유통시장이 없고, 현지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비공개 정보 획득이 성과에 핵심이다. 연기금 지방 이전은 물리적 교류 축소로 비공개 정보 획득에 부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수익률을 저해하게 된다.

특히 KIC는 전체 수익률에서 대체자산(사모주식, 인프라, 부동산, 헤지펀드, 사모채권)의 기여도가 높다. 'KIC 2025 국문 연차보고서'를 보면 대체자산은 KIC 투자 포트폴리오의 21.9%를 차지하며,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은 8.48%에 이른다.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비중 78.1%,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 6.83%)에 비하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3분의 1 이하에 그치지만, 수익률은 더 높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기관의 경쟁력은 전문인력과 금융 인프라가 집중된 환경이 핵심인 만큼 KIC가 국민연금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IC는 외국 운용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해외 출장도 많고, 해외 운용사들 방문도 많은 기관"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인 한국·일본·싱가포르를 묶어 방문하는 해외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KIC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시간 제약, 접근성 하락 때문에 방문을 꺼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KIC가 해외 운용사로부터 좋은 투자 물건을 소개받는 통로가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에 비해 줄어들게 된다"며 "정부가 KIC를 한국형 테마섹으로 키우겠다면 조직의 경쟁력을 우선시해야 하며, 한국투자공사법 개정 과정에서 주된 사무소를 서울로 명문화해 지방 이전 논란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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