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VIP운용 대표 “주가 낮춰 상속세 줄이는 구조, 법으로 막아야”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22일, 오후 05:26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낼 때입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낮은 주가가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현행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적인 ‘주가 누르기’ 행위를 규제하기보다 주가를 낮게 유지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주가누르기방지법, 왜 지금 필요한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이훈기·이소영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VIP자산운용 CI (사진=VIP자산운용)
VIP자산운용 CI (사진=VIP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은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가누르기방지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인 ‘낮은 주가를 유지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 법안은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규제가 아니다”며 “낮은 주가가 대주주의 절세로 이어지는 잘못된 유인을 바로잡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기업 전반의 저평가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반도체 주요 5개 기업을 제외할 경우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는 6748포인트가 아닌 2787포인트 수준에 그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도 코스피 상장사의 73%인 586곳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김 대표는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재산 평가 방식이 기업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증여 기준일 전후 각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최대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드는 구조다.

그는 “오너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이른바 ‘승계 랠리’가 반복되는 이유”라며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수단이 반드시 불법적인 시세조종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배당 축소와 현금 사내유보,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중복상장, 승계 전후 보수적인 실적 관리, 소극적인 기업설명(IR)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결정은 배당정책이나 자금 운용, 지배구조 등에 관한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어 처벌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반복되면 기업가치가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주주환원이 줄면서 주가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행위 대부분은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며 “행위 규제는 두더지 잡기와 같다.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은 최대주주가 상장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주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순자산가치의 80%를 과세가액의 하한으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시점에만 적용돼 일반투자자의 평상시 주식 거래와는 무관하다.

비상장주식에는 이미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으로 적용하는 규정이 약 10년간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상장주식에 적용해온 평가방식을 상장주식에 준용하면 제도 혼란을 줄이면서 공정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최대주주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도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를 낮춰도 세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 데다, 기업에 현금과 유휴자산을 쌓아둘수록 순자산가치가 높아져 세 부담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업이 보유 현금을 신규 투자나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할 유인이 커지고, 저PBR 기업도 ‘영원히 싼 주식’이 아닌 재평가 대상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안에는 최대주주 주식에 적용되는 20% 할증과세를 폐지하고 상장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평가를 이용한 절세는 차단하되 기업가치를 높여온 기업의 승계 부담은 완화하자는 취지다.

상속인이 세금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도할 필요가 줄면서 오버행에 따른 주가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현재 제도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게 만들고 있다”며 “주가누르기방지법은 이러한 동상이몽을 끝내고 모두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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