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증권가 "이익체질이 바뀌고 있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7월 27일, 오후 04: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코스피가 5주째 힘을 못 쓰고 있다. 시장 랠리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투자가 정점을 찍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을 짓누르면서다. 10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할 정도로 시장 내부의 변동성도 극심했다. 그런데 정작 증권가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업황 둔화에만 시선을 두는 것은 AI 밸류에이션을 절반만 읽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005930)는 25만4000원으로 전일 대비 4500원(1.80%) 오른 채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000660)는 5만7000원(3.24%) 상승한 181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7월 한 달은 유독 노이즈가 많았다. 메타의 컴퓨팅 캐파 임대사업 이슈가 불거지더니, 곧이어 중국 문샷AI가 신규 프론티어 모델 ‘키미(Kimi) K3’를 내놓으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오히려 모델 출시 속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노이즈는 노이즈였을 뿐, 그 이면의 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물론 AI 이익이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주말 사이 반전 재료가 등장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손을 잡으며 총 9500억 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AI·반도체 협력을 발표한 것이다. SK그룹 관련 협력만 75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차세대 메모리·데이터센터 협력이 5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삼성전자(005930)와 브로드컴의 협력 규모도 최대 2000억 달러에 이른다.

로이터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어, 이번 계약으로 양측의 공급망 상호 의존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AI 산업의 경쟁축이 개별 반도체 공급에서 AI 데이터센터·컴퓨팅 인프라 등 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발표된 액면 수치와 개별 계약의 구속력, 인식 시점을 검증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AI 설비투자 피크아웃이나 효율화에 따른 수요 감소 같은 의심 포인트들에 대한 반론이 나온 셈”이라며 “최근의 비우호적인 내러티브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지수가 곧바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낙관하긴 이르다. 외국인이 2주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수하며 강한 매도세는 한풀 꺾였지만, 변동성지수(VKOSPI)는 여전히 80포인트에 육박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고점이던 30조원 안팎에서 25조 7400억원으로, 코스닥은 11조원에서 7조원으로 줄었다. 고객예탁금 역시 140조원에서 105조 6300억원까지 빠졌다.

그럼에도 시선을 조금 멀리 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메모리 가격이 안정화 단계로 넘어가더라도, 정작 중요한 건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흐름이라는 시각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급 부족은 실적을 만들지만, 공생은 밸류에이션을 만든다”며 “여전히 주도주를 사되, 희소성을 반복 가능한 이익으로 바꾸는 기업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재 메모리 가격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보고, 마진이 일부 낮아지더라도 공급을 늘려 시장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칩플레이션으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훼손되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이 특히 눈여겨보는 대목은 장기계약 구조의 변화다. 그는 “기존 장기공급계약(LTA)이 거래기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마이크론이 16건 체결한 전략적고객확약계약(SCA)은 물량과 현금흐름의 하단 자체를 묶어버린다”며 “메모리의 재평가는 결국 가격의 상단보다 이익의 하단이 높아질 때 시작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말까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굵직한 일정이 몰려 있다. 국내에서는 29일 SK하이닉스(000660), 30일 삼성전자(005930)가 확정 실적과 컨퍼런스콜을 내놓는다. 미국에서는 한국시간 30일 새벽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31일 새벽 아마존과 애플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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