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사진=노진환 기자)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PBR이 업종별 하위 25%에 속한 코스피 상장사와 하위 10%에 포함된 코스닥 상장사를 주가 누르기 의심 대상으로 분류한다. 실제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판단되면 상속·증여세 산정 시 최근 6년 6개월간 평균 주가와 현행 평가액의 1.3배 가운데 높은 금액을 적용받는다.
포럼은 “일부 상장사는 법률·세무 자문을 활용해 세제개편안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속도를 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부합하지 않고, 총주주 이익 보호라는 개정 상법의 취지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장주식 평가시 전체 코스피·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하위 25%를 추리는 방식이 아닌 GICS(글로벌산업분류기준)에 따라 11개 업종별로 저PBR 기업을 선별하도록 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포럼은 “전체 시장 기준 하위 25%를 적용하면 약 210~220개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업종별 하위 25%를 적용하면 수많은 저PBR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된다”고 꼬집었다.
포럼이 최근 실적과 주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개편안 적용 대상은 코스피 84~87개, 코스닥 43개 등 총 130여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대상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코스피 5557억원, 코스닥 1173억원이며 평균 PBR은 각각 0.27배, 0.29배로 추산됐다.
포럼은 “롯데지주, GS, DL, 태광산업, 한화생명, 대신증권, 이마트 등이 대상에 포함되는 반면 상당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제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편안의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이상 업종별 하위 PBR’ 요건도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가 상속 계획에 맞춰 일부 시점에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 정책을 실시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 할증 규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포럼은 “평균 PBR 0.27배 기업에 30%를 할증해도 0.35배에 불과하다”며 “지배주주 입장에선 오히려 장기간 주가를 더 적극적으로 누르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에서는 PBR이 핵심 가치평가 지표인 만큼 업종별 기준보다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저PBR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PBR 1배 미만은 시장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라며 “상장사는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배당, 자사주 정책 등을 통해 시장가치가 순자산가치를 웃돌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배주주의 조세 저항을 완화하기 위한 기교적인 제도 설계보다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주가 누르기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상속·증여세율 현실화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