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값 누가 낮췄나"…제이알글로벌리츠, 이달 영국 법정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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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6:51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를 둘러싸고 제기한 소송이 이달 영국 법정에 오른다.

이번 소송은 파이낸스타워 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가정과 시장 데이터를 적용했는지, 또 그 과정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관리됐는지를 법원이 들여다보는 심리다.

소송 결과가 해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대주단 영향력 문제'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LL 보고서, 가치 하락 방향으로 편향" 의혹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상사법원은 이달 11~13일까지 사흘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랜드마크 건물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관련 소송을 심리한다. 구체적인 판결 시점은 재판을 맡은 판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영국 상사법원(Commercial Court)은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 퀸즈벤치(King's Bench) 부서의 하위 전문 법원이다. 국제 무역, 금융, 해상 및 보험 관련 대형 상사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 최고의 소송 기관 중 하나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지난 2020년 8월 상장한 해외형 리츠다.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오피스 자산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자(子)리츠 제이알제26호가 '파이낸스타워'에 투자한 구조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이 작성한 감정평가 보고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해당 감정평가 과정에서 JLL이 파이낸스타워 자산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편향된 평가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이 법원에 제출한 감정평가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JLL은 임차인 재계약 리스크를 과도하게 반영했다. 또한 현 임차인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신규 임대시 발생할 수 있는 공실과 임차인 인센티브 비용 등을 과도하게 적용했다.

일부 핵심 가정 역시 실제 시장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이 같은 가정이 외부 압력에 의해 설정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소송의 상대방은 감정평가를 직접 수행한 JLL이 아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대주단 측 대리금융기관 'CBRE 론 서비스'(CBRE Loan Services)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감정평가 과정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했고,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유럽 현지 대주단 일부가 감정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평가 결과를 근거로 현금유보(캐시트랩) 이벤트 발생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정평가 독립성·대주단 영향력' 선례 될 듯

캐시트랩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투자자에게 배당되지 못하고 대주단 통제 아래 묶이는 조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담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그 자산에서 발생한 잉여 현금흐름은 배당이나 신규 투자에 쓰이지 못하고 채권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에 우선 사용하게끔 묶어두는 것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당 조치 이후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현지 대주교체, 긴급 운영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단기간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기초자산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단기적 '금융 미스매치' 및 캐시트랩 발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캐시트랩 발생 자체는 자금 유출을 통제하는 장치일 뿐, 그 자체로 기한이익상실(EOD)이나 즉각적인 담보권 실행(임의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는 현지 대주단이 파이낸스타워를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달성된 것이 아니므로 임의로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오는 11~13일 사흘간 진행되는 심리와 이후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법적 공방의 결과에 따라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과정에 대한 책임 소재는 물론, 파이낸스타워를 둘러싼 기존 논란의 향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이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부여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협의기간은 오는 14일까지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와 회사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ARS 기간 동안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금지되며, 이 시간을 활용해 회사가 주요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경영 정상화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ARS 절차는 매 종료 시점마다 채권단과의 협의 진척 상황 및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영국 현지 소송 진행상황과 채권단 협의 진척 상황에 따라 향후 기간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관계자는 "주어진 ARS 기간 동안 주요 채권자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며 "기업 가치를 보존하고 경영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 구조조정안을 도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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