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美상장, SK하이닉스엔 득일까 독일까…엇갈린 셈법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14일, 오후 04:53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프리 기업공개(IPO)와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둘러싸고 증권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과, 별도 상장 과정에서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의 경제적 권리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미국 ‘AI 컴퍼니’로 전환하고 낸드·SSD 사업은 새로운 솔리다임 법인으로 이전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미국 자회사다. 최근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이 약 50조원의 기업가치를 전제로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추진한 뒤 미국 증시에 별도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내부의 기존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상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라며 “LG에너지솔루션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우선 솔리다임 IPO를 투자금 회수와 추가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각에서는 중복상장의 케이스로 인식하는 의견도 있으나, 당사는 이번 이슈를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 및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솔리다임의 모회사인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에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출자를 약정했고, SK그룹 계열사들도 총 11억달러를 출자했다. 김 연구원은 “솔리다임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할 경우 약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일부 지분 출회가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단순 투자재원 확보만으로 솔리다임 상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전체의 재무상태만 놓고 보면 자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88조원으로 전분기보다 33조6000억원 늘었고 총차입금은 7000억원 감소했다. 연간 투자 규모가 40조원 후반에 이르더라도 한 분기 영업이익으로 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솔리다임 상장의 목적을 SK하이닉스 전체의 투자재원 확보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솔리다임 자체적으로 낸드 증설과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별도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솔리다임의 경제적 지분율이다.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하면 프리IPO와 향후 공모 과정에서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다. 과거 솔리다임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현금흐름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연결됐지만 별도 상장 후에는 외부 주주와 경제적 가치를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금흐름의 귀속 구조가 달라지는 점도 변수다. 솔리다임에서 창출된 현금이 별도 법인에 우선 남고, 배당이나 기타 자본거래를 거쳐야 상위 회사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손자회사로 내려가면 최종 주주가 사업의 경제적 가치를 직접 향유하기까지 한 단계가 더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 상장이 SK하이닉스 주가에 악재가 될지는 상장 자체보다 지분 매각 규모와 조달자금의 활용처, 기존 주주에 대한 보완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통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성장기회를 확보한다면, 그 자체가 반드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경제적 지분이 희석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자본배분 원칙과 주주환원정책이 함께 제시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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