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을 협의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투자 이행이 더디다는 미국 측의 우려에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늦추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달 말 예정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에너지·반도체 등 후보 사업에 대한 양국 간 이견 좁히기가 한창이다.
김 장관은 지난 17~18일 러트닉 장관과 연이어 만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후보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과 추진 일정을 논의했다.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을 다시 만난 것은 지난달 22~23일 면담 이후 불과 3주 만이다. 산업부는 양측이 “대미 전략투자 후보 프로젝트 관련 주요 쟁점 및 추진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상호 접점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도착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상업적 합리성’을 원칙으로 미국 내 에너지 분야 투자를 우선 사업으로 검토해왔다.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이 유력한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에서 발전 분야 투자는 한국 기업에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도 에너지를 우선 협력 분야로 꼽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구 부총리는 19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간담회에서 “AI 시대로 가려면 에너지가 해결돼야 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전기”라며 “미국에서 전기를 어떻게 값싸게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시공 경험에 미국의 노하우가 결합되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현지 생산기반 확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마이크론의 미국 생산시설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2000억달러 투자 가운데 어떤 산업을 우선 사업으로 선정할지를 놓고 한미 간 시각차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요구가 국내 산업 투자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추가로 확대할 경우 기업의 투자 재원 배분과 국내 투자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된다. 청와대는 관련 사안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김 장관은 미국의 핵심 통상 당국자들과도 연쇄적으로 접촉했다. 19일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무역법 301조 조사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주요 교역국 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추가 관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의 부재 속에 김 장관이 대미 투자와 301조 조사라는 핵심 통상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념촬영하는 구윤철 부총리와 제임스 김 암참 회장(사진=김태형 기자)









